1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WebX 2026의 스타테일그룹(Startale Group) 부스. 행사장을 오가는 인파와 음악 소리 속에서도 소타 와타나베(Sota Watanabe) 최고경영자(CEO)의 말은 단호했다.
“5년 전에는 기술이 승패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이 상당 부분 평준화됐습니다. 이제 차이를 만드는 것은 이용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유통망입니다.”
과거 블록체인 산업은 처리 속도와 수수료, 합의 방식 같은 기술 경쟁에 집중했다. 그러나 주요 네트워크의 성능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기술만으로 이용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진단이다.
그는 코인베이스와 로빈후드, 스트라이프처럼 이미 강력한 고객 접점을 가진 기업을 예로 들며 “앞으로는 기술을 만드는 능력만큼 실제 이용자와 금융기관에 배포할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인터뷰 다음 날 구체적인 사업 계획 발표로 이어졌다.
SBI그룹과 디지털자산 플랫폼 DigiFT, 스타테일그룹은 15일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SC를 활용한 토큰증권 개념검증(PoC)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세 회사는 일본 주식형 펀드 청약 대금의 신속한 결제와 배당금의 블록체인 기반 자동 지급 구조를 검증할 예정이다.
PoC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며 조만간 착수할 예정이다. 기술 검증에는 향후 JPYSC가 제공할 기능을 구현한 별도의 테스트넷 토큰이 사용된다. 일본에서 발행될 실제 규제형 JPYSC와는 별개의 시험용 토큰이다.
토큰포스트는 WebX 현장 스타테일 부스에서 와타나베 CEO를 만나 엔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증권, SBI·소니와의 협력, 대중화 전략과 한국 시장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 소니의 콘텐츠, SBI의 금융…하나의 구조로 묶는다
스타테일그룹은 하나의 서비스만 만드는 블록체인 기업이 아니다.
소니와 공동 개발한 이더리움 레이어2 ‘소니움(Soneium)’, SBI와 추진하는 토큰화 증권용 네트워크 ‘스트리움(Strium)’, 아스타 네트워크,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SC와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SC, 지갑 기능을 갖춘 스타테일 앱을 하나의 구조로 연결하고 있다.
와타나베 CEO는 이를 “체인에서 애플리케이션까지 수직적으로 통합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소니움은 엔터테인먼트와 소비자 서비스를, 스트리움은 주식과 실물자산을 포함한 금융상품의 거래를 겨냥한다. 그 위에 스테이블코인과 지갑, 실제 이용자가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올려 블록체인의 기반시설과 사용처를 함께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스타테일은 지난 3월 SBI그룹으로부터 5000만 달러, 소니이노베이션펀드로부터 1300만 달러를 유치하며 총 63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마쳤다. 회사는 이 자금을 스트리움과 JPYSC·USDSC, 스타테일 앱의 확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그의 구상은 블록체인 하나를 성공시키는 데 머물지 않는다.
콘텐츠와 금융, 결제와 자산관리까지 하나의 디지털 경제권으로 묶는 것이다.
■ “블록체인은 사람에게 힘을 돌려주는 기술”
와타나베 CEO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학생 시절 러시아와 중국, 인도, 미국 등 여러 국가를 방문했고 비영리단체에서 빈곤 문제를 다루는 활동에도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의만으로는 부족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로봇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하며 AI와 블록체인을 접했다. 두 기술 가운데 블록체인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중앙화와 개인의 권한이라는 차이를 들었다.
“AI는 중앙화된 기업과 조직의 능력을 크게 높입니다. 이용자 경험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기술입니다. 반면 블록체인은 개인에게 더 많은 권한을 돌려줍니다. 그래서 저는 AI보다 블록체인에 더 끌렸습니다.”
다만 두 기술은 이제 경쟁이 아니라 결합의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고 봤다.
와타나베 CEO는 미국 블록체인 기업에서 근무한 뒤 일본으로 돌아와 도쿄대 블록체인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일본에서 미국 블록체인 산업의 변화를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연구에 머무르기보다 직접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창업을 택했다.
그는 스타테일의 목적을 단순한 기업 성장이나 토큰 가격 상승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블록체인을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는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서입니다. 우리의 사명은 세계를 블록체인 위로 옮겨 다음 문명을 만드는 것입니다.”
■ “살아남은 이유는 계속 만들었기 때문”
블록체인 시장은 수차례 상승장과 폭락을 반복했다.
가격이 오를 때는 수많은 창업자와 투자자가 시장에 들어왔지만, 가격이 꺾이면 사업을 중단하거나 업계를 떠나는 경우도 많았다.
와타나베 CEO는 스타테일이 살아남은 이유를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계속 싸웠기 때문입니다.”
그는 시장 환경이 바뀔 때마다 기업과 창업자가 자신의 한계를 다시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의 제품에 머물지 않고 아스타, 소니움, 스트리움, 스테이블코인과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도 같은 이유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돈을 벌고 은퇴하거나 제품 개발을 멈춘 사람도 많습니다. 우리는 달랐습니다. 계속 제품을 내놓고, 계속 변화하고, 더 나은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려 했습니다.”
스타테일이 일본을 넘어 산업을 이끌 기회를 얻은 것도 끊임없이 제품을 출시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 “기술보다 유통망이 중요해졌다”
와타나베 CEO가 블록체인 산업에 들어왔을 당시에는 거래 한 건에 50달러가 들기도 했다. 거래 확정도 느렸다.
현재는 레이어2와 주요 블록체인의 성능 개선으로 수수료가 1센트 이하로 내려가고 속도도 크게 빨라졌다.
기술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기반시설은 상당히 성숙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5년 전에는 기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오늘날에는 기술이 점점 범용화되고 있습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 자체보다 상품을 실제 시장에 공급할 능력이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타테일이 소니, SBI처럼 대규모 이용자와 금융 고객을 보유한 기업과 협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니는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이용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통망을 갖고 있다. SBI는 증권과 은행, 보험을 아우르는 금융 생태계와 8000만 명이 넘는 고객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스타테일 공식 발표에 따르면 SBI와의 협력은 일본 주식과 JPYSC를 중심으로 토큰화 금융의 채택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와타나베 CEO는 최근 SBI홀딩스의 사외이사로도 합류해 그룹의 블록체인 전략과 실행에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의 역할 가운데 하나는 SBI의 블록체인 전략을 만들고 실제로 실행하는 것입니다.”
■ JPYSC가 ‘마지막 퍼즐’인 이유
와타나베 CEO는 스타테일과 SBI의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JPYSC를 꼽았다.
주식과 채권을 블록체인에 올려도 이를 사고팔 수 있는 엔화 기반 결제수단이 없다면 일본 이용자와 금융회사가 실제로 사용하기 어렵다.
그는 JPYSC를 “빠져 있던 마지막 퍼즐”이라고 표현했다.
“블록체인과 토큰화 증권 시장은 이미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엔화를 블록체인에서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JPYSC가 없으면 일본 이용자와 금융회사는 그 기반시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JPYSC가 널리 보급되면 이용자는 이를 이용해 토큰화된 일본 주식과 실물자산을 사고, 배당금을 받고, 탈중앙금융 서비스에서 담보나 결제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15일 발표된 PoC 추진 계획은 이 전략을 구체적인 금융 절차에 적용하려는 첫 단계다.
SBI그룹과 DigiFT, 스타테일은 일본 주식형 펀드의 토큰화 과정에서 JPYSC의 예상 기능을 활용해 청약 대금을 거의 즉시 결제하는 구조를 검증할 예정이다. 별도의 PoC를 통해서는 분배 금액과 투자자 명부가 확정된 뒤 스마트계약이 배당금을 적격 보유자에게 자동 지급하는 과정도 시험한다.
향후 실제 환경에 적용될 경우 투자자는 지급받은 JPYSC를 보유하거나 재투자하고, 다른 지갑으로 이전하거나 상환할 수 있다. 기존 금융망에 의존하던 증권 결제와 소득 분배 과정을 블록체인 위에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번 PoC는 아직 시작 전이며 조만간 착수할 예정이다. 기술 검증에는 실제 규제형 JPYSC와 분리된 전용 테스트넷 토큰이 사용된다.
■ 엔화 금리와 달러 자산을 연결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USDT와 USDC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엔화 스테이블코인은 어디에서 경쟁력을 찾을 수 있을까.
와타나베 CEO는 엔화와 달러의 금리 차이에 주목했다.
엔화는 주요 신뢰 통화 가운데 조달금리가 낮은 편이고, 달러 자산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 이용자가 낮은 비용으로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조달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나 미국 토큰화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면 새로운 금융 수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빌려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고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구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엔화와 달러 사이의 금리 차이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전략은 일본의 금융회사와 미국의 주요 사업자를 연결하는 국경 간 금융망이다.
일본에서 발행된 규제형 엔화 스테이블코인과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연결해 일본 자산에 대한 해외 접근성을 높이고, 미국 자산을 아시아 투자자에게 공급하는 통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 “대중화는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에서 시작된다”
일본과 한국에는 이미 빠르고 편리한 금융서비스가 존재한다.
소비자가 굳이 블록체인을 사용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와타나베 CEO는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답했다.
“소비자는 주식이 토큰화됐는지 아닌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혜택이 같다면 기술 구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대중에게 블록체인을 설명하고 사용을 설득하는 방식이 아니라, 금융회사와 기업이 먼저 도입해 서비스의 뒤쪽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토큰화된 주식은 24시간 거래할 수 있고 작은 단위로 나눠 살 수 있다. 투자자가 직접 보관하는 구조도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 이용자는 ‘토큰화 주식’을 사기 위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더 싸고 편리한 금융상품을 이용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토큰화된 자산을 보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블록체인을 “백엔드의 혁명”, AI를 “프런트엔드의 혁명”으로 표현했다.
AI는 이용자가 상품을 찾고 서비스를 사용하는 화면과 경험을 바꾼다. 블록체인은 기업이 거래를 처리하고 장부를 관리하며 결제하는 내부 구조를 바꾼다.
“미래에는 사람들이 자신이 토큰화된 주식을 거래한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효과가 더 크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24시간 시장을 운영하면서 거래와 정산, 장부 관리에 필요한 인력과 시스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이제 코인보다 매출을 보라”
와타나베 CEO는 최근 시장 조정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았다.
디지털자산의 정의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알트코인에서 토큰화 주식과 실물자산,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금융서비스로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시장에서는 유명 투자자의 이름과 기술 브랜드, 거래량을 과장하는 홍보만으로도 자금을 모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짜 마케팅과 가짜 거래량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지표는 매출입니다.”
프로토콜이 실제 매출을 만들고, 그 수익이 토큰 환매나 생태계 성장으로 이어지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몇 년 전에는 유명 투자자가 참여했다는 이유로 토큰을 샀습니다. 기술과 브랜드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매출과 사업 모델이 더 중요합니다.”
투자자들에게는 프로젝트 이름 뒤에 실제 사업이 존재하는지, 지속적인 수익을 만들 수 있는지를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 한국과 일본은 반대여서 더 잘 맞는다
와타나베 CEO는 한국과 일본의 디지털자산 시장이 상반된 장점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높은 세금과 신중한 규제로 개인 중심 시장의 성장이 제한됐지만, 금융회사와 대기업의 참여는 강하다. 한국은 개인투자자와 거래시장이 활발하지만 대형 금융회사의 블록체인 참여와 규제형 상품 개발에서는 상대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이 차이가 경쟁보다 협력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 보완적입니다. 한국은 일본 기업들이 디지털자산을 어떻게 바라보고 움직이는지 배울 수 있고, 일본은 한국의 시장 구조와 세금·규제에서 배울 것이 많습니다.”
특히 원화와 엔화 스테이블코인은 두 시장을 연결하는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스테이블코인은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더 많은 협력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와타나베 CEO가 그리는 미래에서 블록체인은 소비자에게 설명해야 할 상품이 아니다.
금융과 콘텐츠 서비스 뒤에서 조용히 작동하며 거래 비용을 낮추고, 서로 다른 국가와 자산을 연결하는 기반시설이다.
스타테일은 소니의 콘텐츠 유통망과 SBI의 금융망, 자체 블록체인과 지갑, 엔화·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하나로 묶어 그 구조를 만들려 하고 있다.
15일 발표된 토큰증권 PoC 계획은 자산을 토큰으로 바꾸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시도다.
세 회사는 향후 규제형 디지털화폐와 토큰화 자산을 연결해 청약과 결제, 배당 지급까지 금융상품의 전 과정을 블록체인 위에서 처리할 수 있는지를 검증할 예정이다. 공식 계획에는 향후 대출과 담보 활용, 프로그램화된 자산관리 등 기관용 탈중앙금융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와타나베 CEO의 표현대로 블록체인의 다음 경쟁은 더 빠른 체인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누가 실제 금융회사와 이용자에게 기술을 전달하고, 지속 가능한 매출을 만들며, 그 위에 사용처를 쌓느냐가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 이번 인터뷰는 WebX 2026 행사장 내 스타테일그룹 부스에서 진행됐다. 인터뷰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정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