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미국 내 영화와 방송 작가들로 구성된 미국작가조합(WGA)에서 공식적으로 제명됐다. 이는 2023년 진행된 대규모 파업 당시 조합의 규정을 위반한 데 따른 조치로 알려졌다.
미국 연예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 등이 8월 8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WGA는 성명을 통해 박찬욱 감독과 동료 작가 돈 맥켈러를 조합에서 제명했다고 밝혔다. 이들 두 사람은 당시 HBO에서 방영된 미니시리즈 ‘동조자’의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했는데, 이 작업이 파업 기간 중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동조자’는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7부작 드라마로, 2024년 방영돼 주목을 끌었다.
WGA는 두 사람이 어떠한 방식으로 파업 규정을 위반했는지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들이 조합의 징계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박 감독과 맥켈러는 조합 내에서 제명 절차에 따라 공개된 나머지 세 명의 작가로 확인됐다. 앞서 WGA는 파업 중 규정 위반 작가 7명을 조사했고, 그중 4명의 신원은 이번보다 먼저 공개된 바 있다.
2023년 5월부터 약 5개월간 이어졌던 당시 WGA 파업은 스트리밍 플랫폼 시대에 걸맞은 보수 체계와 인공지능 도입 시대의 작가 권익 보호책 등을 요구하는 강경한 노동 투쟁이었다. 파업 과정에서 WGA는 유니버설, 넷플릭스 등을 포함한 주요 제작사들과 협상 끝에 기본 급여 및 재방송 수익 분배금 인상, 인공지능 관련 윤리 규정 마련 등에 합의했다. 이 파업은 약 11,50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대규모 규모였으며,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WGA에서 제명될 경우, 조합과 계약을 맺고 있는 주요 제작사들과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어렵게 된다. 이는 박찬욱 감독의 향후 미국 내 제작 활동에 제약이 뒤따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로서는 박 감독이 이로 인해 어떤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콘텐츠 제작 환경에서 노동 규정을 둘러싼 갈등이 점차 강도 높게 표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국제적인 협업이 증가하면서, 각국의 감독·작가들도 해당 시장의 노동 규범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국내 창작자들이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제도적 이해와 사전 조율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