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원유·콘덴세이트 적재량이 8월 하루 22만~25만5천배럴 수준으로 줄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의 해상 압박을 우회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선박 추적 데이터는 7월 중순 이후 새 수출 흐름이 크게 위축됐음을 보여준다.
모흐센 파크네자드(Mohsen Paknejad) 이란 석유장관은 4일 자국 매체 인터뷰에서 “석유 산업은 가만히 있지 않았고 멈추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봉쇄를 완전히 우회할 수 있는 여러 해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케이플러(Kpler), 보텍사(Vortexa), TankerTrackers.com 자료를 토대로 미국이 7월 14일 대이란 해상 압박을 재개한 뒤 이란 원유가 호르무즈해협을 거쳐 중국으로 새로 넘어간 흐름이 사실상 끊겼다고 보도했다. 이란 측 발언과 실제 선적 데이터 사이에 간극이 벌어진 셈이다.
8월 적재량은 7월 약 74만배럴, 3월 약 200만배럴에서 크게 줄었다. 오일프라이스(OilPrice)가 전한 ‘8월 수출 80% 급감’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만, 이 수치는 2025년 8월 하루 170만배럴과 비교한 것이다.
비교 기준은 다르다. 로이터 보도는 2026년 7월과 3월 수치를 함께 제시했고, 오일프라이스는 전년 같은 달과의 차이를 강조했다. 두 자료 모두 이란 수출이 단기간에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는 같은 흐름을 보인다.
미국 재무부는 4월 28일 발표문에서 중국 기반 독립 정유사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흡수한다고 밝혔다. 같은 문서에는 위장회사, 중개 브로커, 그림자 선단, 선박 간 환적, 허위 문서, 선박 식별 조작 등 제재 회피 수법이 적시됐다.
그림자 선단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소유 구조, 운항 경로, 선박 식별 정보를 불투명하게 운영하는 유조선 네트워크를 뜻한다. 선박 간 환적과 허위 문서는 원유의 실제 출발지와 최종 구매자를 흐리게 만드는 데 쓰인다.
미국 재무부는 7월 14일 모하마드 호세인 샴카니(Mohammad Hossein Shamkhani) 네트워크를 겨냥한 추가 제재도 발표했다. 제재의 초점은 이란산 원유 자체뿐 아니라 이를 운반하고 결제망으로 연결하는 해상 운송망에 맞춰졌다.
중국은 미국의 조치에 반발했다. 린젠(Lin Jian)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월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방적 제재와 최대 압박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은 합법적 권익을 지키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번 사안은 이란이 우회로를 찾았는가보다 실제 현금흐름이 어디까지 막혔는가에 가깝다. 이란은 수출망이 멈추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추적 데이터는 새 선적이 줄고 기존 해상 저장 물량 소진에 가까운 흐름을 가리킨다.
시장은 공급 차질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했다. 로이터는 9월 4일 브렌트유가 94.77달러, WTI가 90.35달러 부근에서 움직였고 주간 기준 각각 6.1%, 8.3% 올랐다고 전했다. 디젤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클레어 정먼(Claire Jungman) 보텍사 애널리스트는 2019~2020년 최대 압박기에도 일부 이란 원유는 매달 호르무즈를 통과했지만, 이번에는 7월 중순 이후 흐름이 거의 0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하마윤 팔라크샤히(Homayoun Falakshahi) 케이플러 애널리스트는 수출 붕괴가 이란의 외화 수입을 줄이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팀 워터러(Tim Waterer) KCM트레이드 수석시장애널리스트는 호르무즈 불확실성과 미·이란 충돌 재개가 위험 프리미엄을 다시 높였다고 말했다. 씨티(Citi)는 3분기 평균 브렌트유 전망을 80달러에서 86달러로 올렸고, ANZ는 단기 브렌트유 전망을 95달러로 상향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중동 원유 수송의 핵심 병목 지점이다. 이란 항만을 겨냥한 제재 집행과 해상 운송망 압박이 겹치면 원유 물량뿐 아니라 디젤과 항공유 같은 정제품 가격에도 부담이 옮겨붙을 수 있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이 흐름은 원유 공급 변수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본지는 호르무즈 통항 감소와 중동 공급망 불안이 유가와 위험자산 흐름을 함께 흔드는 변수라고 전한 바 있다. 이번 사안에서도 크립토 시장의 직접 반응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유가와 인플레이션 경로를 통한 간접 영향은 시장이 계속 보는 대목이다.
다만 선박 추적 데이터는 위치 송신기 차단 등으로 완전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확인된 것은 이란의 ‘우회 가능’ 주장과 선박 추적 데이터의 ‘수출 급감’ 사이의 간극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