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QCOM)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차기 분기 실적 전망이 다소 실망스럽다는 평가 속에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다변화 전략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퀄컴은 2025 회계연도 2분기 실적에서 주당순이익(EPS) 2.85달러를 기록하며 월가 평균 추정치인 2.82달러를 소폭 상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108억 4,000만 달러(약 15조 6,000억 원)로, 시장 전망치였던 106억 6,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그러나 이번 실적 상승에도 불구하고, 차기 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중간값 기준 103억 달러로 월가 예측치인 103억 5,000만 달러를 밑돌면서 주가는 5% 가까이 하락했다.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칩 부문은 여전히 견조한 성장을 나타냈다. 애플, 삼성전자 등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에 공급하는 칩 매출은 12% 증가한 69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퀄컴은 여전히 애플과의 공급 계약이 조만간 종료될 가능성에 대비해 자동차용 반도체, 사물인터넷(IoT) 부문 등으로 활로를 넓히고 있다.
이러한 다변화 전략에 따라 자동차 부문 매출은 59% 증가한 9억 5,900만 달러, IoT 부문은 27% 성장한 15억 8,000만 달러에 달했다. 둘 다 퀄컴의 시스템온칩(SoC)을 포함하는 QCT 부문 수익으로 집계되며, 전체 QCT 수익은 94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8% 성장했다.
퀄컴의 수익에는 특허 라이선스 수입을 담당하는 QTL 부문도 포함되며, 이 부문 수익은 전년과 동일한 13억 2,000만 달러였다. 전체적인 수익 구조가 다시 안정세에 들어서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실적보다 가이던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對중국 수입품 145% 관세와 관련해, 아카시 팔키왈라 CFO는 “현 시점에서 당사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공급망이 매우 글로벌하게 분산돼 있어 지역별 조치에 대한 대응력도 강화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일부 기술 제품에 대해 일시적 예외를 승인했지만, 반도체를 타깃으로 한 추가 관세가 별도로 논의 중이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컨퍼런스콜에서 “퀄컴은 불확실한 경제 여건 속에서도 기술 투자와 고객 관계, 제품 경쟁력 등을 통해 장기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다변화 전략과 효율적 운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장에서는 퀄컴 주가가 반도체 업계 내에서도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라스곤은 “퀄컴의 주가는 S&P500 대비 약 40% 저평가돼 있다”며 “불확실성이 고조된 시장에서 이런 밸류에이션은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퀄컴 주가는 현재 올해 들어 3%가량 하락했지만, 반도체 업계 전반의 하락세 속에서는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표 반도체 ETF인 iShares Semiconductor ETF는 같은 기간 15% 이상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