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회담 가능성이 거론되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되며 재건 관련 주식은 상승하고 방위산업 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전진건설로봇은 전 거래일보다 5.69% 오른 5만3천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스와이스틸텍(22.38%), 다산네트웍스(7.14%), HD현대건설기계(4.50%), SG(3.31%), HD현대인프라코어(2.97%), 대동(2.86%)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이들 기업은 전쟁 이후 인프라 복원이나 통신망 재구축 등에 필요한 재건 분야와 관련이 깊은 종목으로 분류된다.
반면, 방산주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풍산은 3.94% 하락한 12만2천 원에 거래를 마감했고, 현대로템(-4.87%), 한화에어로스페이스(-5.47%), LIG넥스원(-14.93%), 한화시스템(-6.88%), 한국항공우주(-2.89%) 등 주요 방산주들도 줄줄이 내렸다. 이 같은 하락세는 전쟁 지속에 따른 방산 수요 확대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나타난 반응으로 풀이된다.
이날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결정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미국 내 투자 계획 발표 행사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회담이 언제 있을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매우 조기에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푸틴 대통령과의 조기 회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외신들은 해석했다.
러시아 측에서도 움직임이 감지됐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7일 브리핑을 통해 미·러 정상회담 계획이 있다고 확인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평화 외교가 다음 주 중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 적극적인 배경으로, 자신의 외교적 능력을 각인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 간의 밀착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 김서재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푸틴과의 회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종료하려는 외교적 카드”라며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외교 분야에서 성과를 부각시키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정상회담이 실제로 성사되고 구체적인 협상이 진척될 경우, 재건 산업 관련주의 추가 상승과 방산주의 추가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실질적인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투자심리는 빠르게 뒤바뀔 수 있어, 단기적 모멘텀보다 장기적인 정치 외교 리스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