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적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증시에서는 실적에 따른 종목 선별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실적 분위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식시장에서는 실적 부진에 대한 민감도가 눈에 띄게 커진 상황이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주요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추정을 낸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255곳 가운데 176개 기업이 2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이 가운데 114곳은 전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평균적으로는 시장 기대치보다 약 4.5%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기업 실적이 개선되기보다는 정체되거나 예상을 밑돌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실적 발표 이후의 주가 흐름을 보면, 투자자들이 긍정적인 실적 발표에는 상대적으로 둔감한 반면, 부진한 실적에는 더 크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로 예상보다 실적이 좋았던 기업들의 주가는 발표 전후 평균 0.4%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 기업들은 평균 2.9%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적이 20% 이상 시장 예측치를 상회한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조차 평균 주가 상승률이 4.0%에 그쳤고, 반대로 ‘어닝 쇼크’를 기록한 기업의 평균 주가는 3.5%나 빠졌다.
이처럼 시장이 실적 호재보다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 뒤에는 주가 차익 실현에 대한 압박감이 깔려 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정책 기대감으로 최근 몇 달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악재가 발생했을 때 차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더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주가 상승 여력이 줄어들면서 리스크 요인에 더 예민해진 셈이다.
미국 증시도 유사한 분위기다. 최근 S&P500 소속 기업 중 66%가 2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며 이 가운데 82%가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에서도 긍정적인 실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약했고, 오히려 부진한 실적 발표 시 주가의 낙폭이 더욱 컸다는 점이 확인됐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매출은 견조하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 성장률이 둔화하는 추세”라며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을 제외하면 실적을 반영한 주가 반응이 눈에 띄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실적 발표 시즌의 영향력을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실적 자체보다는 매크로 요인과 정책 변화, 향후 성장 가능성 등에 더 큰 비중을 둘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투자 전략에서는 단순한 숫자 중심의 실적보다 질적인 성장성과 산업 트렌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