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중심의 미국 증권거래소 나스닥이 중국 기업의 신규 상장 요건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중국 소규모 기업의 무리한 상장과 주가 급등락 사례가 잇따르면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회복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통신이 9월 4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나스닥은 상장 기준 개편안을 마련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승인을 요청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특히 중국 기업들에 대해 최소 공모금액 요건을 2천500만 달러(한화 약 348억 원) 이상으로 설정했다. 이는 기존에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강화된 조처다.
또한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일반 상장 기준도 조정된다. 기존에는 공개 유통주 기준 시가총액이 500만 달러(약 70억 원)이었지만, 앞으로는 그 세 배 수준인 1천500만 달러(약 209억 원)로 상향된다. 아울러 시가총액이 500만 달러 미만인 기업은 상장 폐지 또는 거래 정지까지 더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규정도 정비됐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미국 시장에 입성한 중국 기업 다수가 소형체로, 그 중 상당수가 비정상적으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급락하는 등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 사례가 있었다는 점이 작용했다. 예컨대, 홍콩에 본사를 둔 중국 전통의학 기업 리전셀 바이오사이언스는 매출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8만2천 퍼센트 급등한 뒤 폭락했으며, 소규모 헬스케어 기업 페톤 홀딩스도 몇 분 새 시총의 90%를 잃은 바 있다. 나스닥은 이러한 흐름이 주가 조작 사기의 일종인 '펌프 앤 덤프'(인위적인 가격 상승 후 대량 매도)와 유사하다고 보고, 제도 개편을 선제적으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280여 개이며,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총 1조1천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2021년만 해도 평균 3억 달러 규모였던 중국 기업의 미국 내 기업공개(IPO) 규모가 2024년에는 5천만 달러 수준으로 줄면서, 상장 품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규제 강화는 단기적으로 중국 중소기업의 미국 진출 문턱을 높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정비로 평가된다. 향후 나스닥의 조치가 중국 기업 전반의 해외 상장 전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