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과 자산 가치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내놓으면서,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미국 주요 기술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낙폭이 컸다.
이번 발언은 파월 의장이 로드아일랜드주 상공회의소 행사에서 가진 공개 연설에서 나왔다. 그는 최근의 경제 상황을 두고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은 상방(상승 방향)에 있고, 고용 시장은 하방(약세 방향)에 있다"고 짚었다. 이런 불균형 속에서 기준금리를 지나치게 빨리 내리면 물가 억제 노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당분간 긴축 기조가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날은 자산시장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파월 의장은 "주식 등 위험 자산의 가격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말하며, 현재의 금융시장 가격이 기준금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연준이 금융 안정성을 고려해 지나친 자산 가격 상승에 경계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발언 직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시장에서는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시가총액 1위인 엔비디아 주가는 2.82% 떨어지며 178.4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전날 인공지능 기업 오픈AI에 대한 대규모 투자 발표로 반등한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수준이다. 같은 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도 각각 1.01%, 0.64% 하락했다. 아마존은 연방거래위원회(FTC)와의 반독점 소송 여파도 겹치며 3.04%나 하락했고, 구글(알파벳)은 0.21%, 메타와 테슬라도 각각 1.28%, 1.93% 내렸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을 연준이 향후에도 금리 인하에 신중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자산 가격의 고평가와 관련한 언급은 기술주와 같은 고성장주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향후 인플레이션 수치와 고용시장 지표가 이러한 기조에 어떤 변화를 줄지에 따라 증시 흐름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