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주식 거래 수수료를 인하한 첫날,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대금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거래소 간 경쟁 판도에 주요한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15일부터 한국거래소는 기존 0.0023%의 단일 거래수수료율을 차등 요율제로 바꾸고, 수수료를 20%에서 최대 40%까지 낮췄다. 이 조치는 내년 2월 13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며, 최근 빠르게 성장 중이던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넥스트레이드는 올해 3월 출범 이후 낮은 거래 수수료를 무기로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이날 넥스트레이드 메인마켓의 거래대금은 3조4천151억 원으로, 최근 12월(1일부터 14일까지) 평균치인 5조4천251억 원에 비해 37%나 급감했다. 거래량 역시 줄어들어, 수치상으로는 출범 초기였던 4~5월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반면, 정규 시간 외에 운영되는 프리마켓의 거래는 오히려 늘어나 거래대금이 전월 평균 대비 17%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메인마켓이 한국거래소 정규시장인 유가증권·코스닥과 운영시간이 겹치는 데 반해, 프리마켓은 경쟁이 덜한 시간대라는 차이에서 기인한 결과로 보인다.
거래량 변화의 기저에는 증권사의 주문 집행 시스템 구조가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최적의 가격과 체결 가능성 등을 비교해 자동으로 유리한 거래소를 선택하는 시스템(SOR)을 사용한다. 따라서 과거에는 넥스트레이드의 낮은 수수료로 인해 주문이 몰렸지만, 한국거래소가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이번엔 그 흐름이 역전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업계 안팎에서는 신생 대체거래소의 성장 동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넥스트레이드는 기존 한국거래소의 독점 체제에 도전해 복수 거래 플랫폼 체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출범한 사업자인 만큼, 가격 중심의 경쟁으로 신시장 안착이 좌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넥스트레이드가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 및 시장감시 기능 등 기존 인프라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친 점유율 확대는 형평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이번 수수료 인하는 당장은 단기적인 대응에 그치지만, 향후 3개월을 초과하는 정책 변화 시에는 금융위원회 산하 시장효율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이와 같은 시장 변화가 지속될 경우, 정부와 업계 전반이 수수료 체제와 거래소 경쟁 구조 전반을 재정비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대체거래소의 성장이 꺾일 것인지, 혹은 새로운 경쟁 질서가 공고히 자리를 잡을 것인지는 향후 수개월간 시장의 반응과 정책 대처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