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발음조차 제대로 듣지 못하는 상태로 시작한 창업자의 이야기가 투자 시장에서 통하는 법칙을 새로 쓰고 있다. 벨라루스 출신 창업자 닉 라호이카(Nick Lahoika)는 2020년 자국 내 혁명 실패 이후 회사를 유럽 에스토니아로 옮겨야만 했다. 영어조차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 채 새로운 환경에서의 도전이 시작됐지만, 그는 창업 6개월 만에 25만 달러(약 3억 6,000만 원)를 유치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닉 라호이카는 자신이 만든 소프트 스킬 AI 코칭 플랫폼 보컬 이미지(Vocal Image)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돈이 필요한 사람’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포지셔닝했다. 그는 발표 당시 본인의 말투와 억양에서 비롯되는 약점을 오히려 설득력 있는 콘텐츠의 일부로 탈바꿈시켰고, 이 방식은 즉각적인 투자 반응으로 이어졌다.
그는 성과 중심의 비즈니스 논리보다 문제 해결에 대한 강박적인 몰입을 강조했다. “억양이나 정체성이 단점이 아니라 진정성을 증명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말로서 사람의 자신감을 제한하는 세계적 문제를 직접 그리고 구체적으로 그려냈다. 투자자들이 이 아이디어에 반응한 건 단순한 시장 규모나 수익성 때문이 아니었다.
비언어적 표현력도 중요한 무기였다. 발표 때 상대와 눈을 맞추고, 질문에 맞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피드백에 신속하게 반응하는 태도가 신뢰를 만들었다. 목소리 톤이 낮을 때 자신감이 40% 더 높게 인식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낮은 음성 주파수를 훈련한 그는 단지 콘텐츠뿐 아니라 전달 방식도 완벽히 연습했다.
이 같은 소프트 스킬 개발은 수많은 피치 대회에서 승리로 이어졌다. 3년간 그는 메타(Meta), 허깅페이스(Hugging Face), 아마존 웹서비스(AWS) 등이 주최한 AI 스타트업 프로그램에서 여섯 차례 우승했다. 이를 통한 누적 자금 유치액은 약 70만 달러(약 10억 원)에 달하며, 이는 결국 시드 라운드로 직결됐다.
최근 보컬 이미지는 프랑스 투자사 에듀캐피탈(Educapital)이 주도한 360만 달러(약 52억 원)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으며, 현재는 전 세계에서 50,000명이 넘는 유료 구독자와 4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연매출은 약 1,400만 달러(약 201억 원)에 달한다.
닉 라호이카의 여정은 단순한 이민자 성공 신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창업자가 ‘투자자에게 어필하는 법’보다는 어떻게 ‘진실하게 연결되는 법’을 배워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스타트업 세계에선 결국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전달하는가’가 더 큰 신뢰를 만든다.
투자를 받기 위해 현란한 사업 계획서를 꺼내기보다, 가장 개인적인 문제에서 출발한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풀어내는 것. 바로 이것이 ‘인사이더처럼 들리지 않는 창업자’가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장하는 유일한 길임을 그는 몸소 증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