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암호화폐를 합법화하고 규제 틀을 마련하는 핵심 법안을 1차 심의에서 통과시키며, 그동안 ‘그레이존’에 머물렀던 디지털 자산 시장을 올여름 안에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 ‘디지털 자산’ 제도권 편입 시동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는 22일(현지시간) ‘디지털 통화와 디지털 권리’ 법안을 1차 독회에서 가결했다. 찬성표는 327표로, 정부는 2025년 12월 초안을 제출한 뒤 2026년 여름까지 규제 프레임워크를 완성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해 왔다.
2·3차 독회와 상원 관문…7월 1일 시행 목표
법안은 1차 독회를 통과했지만, 국가두마에서 2차·3차 독회를 추가로 거쳐야 하며 이후 상원 격인 연방평의회 심사, 최종적으로 대통령 서명 절차가 남아 있다. 통과 시 원칙적으로 2026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며, 일부 조항은 별도 시행일을 둘 수 있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법안의 큰 줄기는 디지털 자산을 ‘재산’으로 인정하고, 러시아 중앙은행(CBR)에 시장 전반의 인허가·규제·감독 권한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중앙은행 감독을 받는 ‘면허 보유 전문 참가자’만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 암호화폐 거래를 사실상 인가제로 재편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익명 거래소·블랙 브로커 없다”…면허제와 차단 리스크
카플란 파네시 국가두마 예산·세금위원회 부위원장은 “익명 거래소나 ‘블랙’ 브로커는 없다”며 거래소·브로커·수탁기관(디지털 디포지터리)에 면허를 부여하고 중앙은행이 준수 여부를 상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지하 플랫폼을 통한 거래는 ‘차단’되거나 자금 손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법안은 암호화폐 유통을 중개할 수 있는 주체를 거래소, 브로커, 신탁 관리자, 디지털 보관기관 등으로 명확히 정의하고, 각 주체에 요구되는 운영 규칙과 요건을 세분화했다. 이미 중앙은행의 ‘실험적 법적 체계’ 하에서 운영 중인 사업자에겐 간소화된 접근 절차를 두고, 은행·브로커가 암호화폐 사업에 진입할 때도 절차를 단순화하는 조항을 포함했다.
국내 결제는 금지, 해외 결제는 허용…투자자 등급제 도입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암호화폐로 상품·서비스·노동 대가를 국내에서 결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면서도, 대외무역 등 ‘국경 간 결제’에는 예외를 허용한다는 점이다. 파네시 부위원장은 “우리에겐 루블이라는 국가 통화가 있고 유일한 법정통화로 남아야 한다”면서도 “대외무역에 한해 제재 제약을 우회하기 위한 합법적 결제 수단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안은 변동성이 큰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개인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투자자 등급제(접근 제한)를 도입한다. 비적격 투자자는 지식 테스트 통과 후 유동성이 높은 암호화폐에 한해 연간 30만루블(약 38만950원, $1=1,482.50원 기준)까지로 제한되며, 적격 투자자는 위험 인지 테스트를 거친 뒤 디지털 자산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매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파네시 부위원장은 디지털 자산이 법적으로 ‘재산’이 되면 법원 보호, 파산재단 편입, 이혼 재산분할 등에서도 권리 관계가 명확해져 수백만 보유자 보호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