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수석 부집행위원장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완전 점령 계획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EU 내부의 대이스라엘 입장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테레사 리베라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8월 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블루스카이에 이스라엘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가자지구 점령 방침을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라고 규탄했다. 리베라 부집행위원장은 스페인 집권 사회당 소속으로, 친팔레스타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인질 석방, 휴전, 인도적 지원 보장, 인권 존중 등을 국제사회가 공통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EU 집행기관 내부에서도 상이한 대응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리베라 부집행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반면, 집행위 수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외교안보 고위대표인 카야 칼라스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공식 대변인도 “가자지구 내 영토적 또는 인구 통계학적 변화 시도를 거부한다”는 수준의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EU 내부에서는 부처 간 움직임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유럽의회 내 좌파 성향 의원들은 이스라엘의 행동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로 규정하며 EU 수뇌부에 긴급조치를 촉구했다. 여기에 더해, EU 집행위 소속 일부 정책 공무원들도 공개서한을 통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EU의 최대 교역국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해, 교역 관계를 leverage(지렛대) 삼아 이스라엘의 국제 인도법 준수를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서한은 정책 담당자인 오레스테 마디아 주도로 작성됐고, 이미 1천300명가량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그는 서한에서 필요한 대응이 없다면 향후 ‘항의성 파업’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으며, 최종적으로 6천명의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유럽연합 내부 노동조합에서 파업 동참을 명확히 지지하고 있는 상황은 아직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EU 내부에서 이스라엘 정책 대응을 둘러싼 균열이 두드러지면서, 향후 유럽연합의 중동 외교 방향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정치 지도부와 실무 조직 간 온도차가 장기화될 경우, EU 전체의 외교 행보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에 따라 향후 리베라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어떤 흐름이 더 확산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