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지난 6월 이스라엘과의 단기 무력 충돌, 일명 '12일 전쟁' 기간 중 자국 핵과학자 암살에 연루된 것으로 지목된 남성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해당 남성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프랑스 AF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사형된 인물은 루즈베흐 바디라는 이름의 남성으로, 이란 사법부는 8월 6일 자체 웹사이트 '미잔 온라인'을 통해 바디에 대한 형이 최종 확정돼 교수형이 집행됐다고 밝혔다. 바디는 이스라엘 기관인 모사드(Mossad)에 온라인상에서 포섭돼, 당시 이스라엘군이 공격 대상으로 삼은 핵과학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범행 시점이나 암살된 과학자의 구체적인 신원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이란 당국은 같은 날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소속으로 지목된 또 다른 남성에 대해서도 사형을 집행했다고 발표했다. 이 남성은 이란 내에서 테러 행위를 계획한 혐의로 처벌받았다. 이로써 이란은 최근 안보 위협 요인이라 간주한 인물들에 대해 신속히 처벌을 가하며 체제 단속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형 집행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기지를 공습했고, 이 과정에서 군 고위간부뿐만 아니라 핵과학자들도 표적이 됐다. 이른바 '12일 전쟁'으로 불린 이 충돌은 6월 25일 양측의 휴전으로 마무리됐다. AFP 통신은 당시 숨진 이들이 12명 이상의 과학자를 포함한다고 현지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이란은 전쟁 이후 이스라엘과 내통한 사람들을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바 있으며,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하고 있다. 특히 정치적 또는 안보적 사안과 관련된 사건에서는 빠르고 단호한 사법 처리를 통해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같은 사법 대응 방식은 향후 이란 내 안보 관련 사건 처리에서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국제사회에서는 인권 침해 우려가 제기될 여지가 커지며, 이란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