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서 보수 성향의 카롤 나브로츠키가 6일(현지시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유럽연합과의 관계는 물론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에도 새로운 긴장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에 대통령직에 오른 나브로츠키는 보수 야당 법과정의당(PiS) 출신으로, 이전 대통령이었던 안제이 두다의 정치적 계보를 잇고 있다. 하지만 정치 색채는 더 강한 민족주의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불법 이민과 유로화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유럽연합의 공동 대응 기조보다는 자국 우선주의 노선을 분명히 했다.
현재 폴란드는 2004년부터 유럽연합 회원국이지만, 통화는 여전히 자국 화폐인 즈워티를 고수하고 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EU와 협력은 하겠지만 자국의 주권과 권한을 넘기는 일에는 결코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혀, 통합 강화 기조를 추구하는 유럽연합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폴란드군을 유럽 내 최대 규모로 키우고, 미국과의 안보 동맹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전통적 대서양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드러냈다.
국내 정치에서는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중도 자유주의 성향의 정부와의 갈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투스크 총리는 2023년 말 출범한 연정의 중심 인물로, 유럽통합 지지와 국내 개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선거 직후부터 투스크를 “1989년 이후 최악의 총리”라고 비난하며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대통령과 총리 간 정치 성향이 상충할 경우, 폴란드 정치 특성상 외교·국방·사법 등 핵심 국가 정책에서 충돌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도 이전보다 훨씬 불편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과거 제2차 세계대전 중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벌인 ‘볼히니아 학살’ 문제 해결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및 외교 지원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사실상 내정 간섭에 가까운 요구로 비칠 수 있어, 전쟁 중인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나브로츠키는 대선 기간 내내 100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에 대한 지원 축소를 주장했으며, 유럽 난민 공동 대응 체계 탈퇴 및 국경 검문 강화까지 촉구했다. 최근 독일과의 국경 통제를 둘러싸고도 갈등이 있었으며, 직접적으로는 자경단의 활동을 사실상 지지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아 유럽 내에서의 고립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나브로츠키 정부의 출범은 폴란드 내부의 정치 갈등은 물론, 유럽연합, 우크라이나, 독일 등 인접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에도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다. 특히 대통령의 권한이 외교·국방 등에서 막강한 만큼, 앞으로 5년간 폴란드의 대외정책 방향은 이전과는 뚜렷하게 달라질 소지가 크다. 이런 변화가 장기적으로는 유럽 통합 구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