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벤처스(MEXC Ventures)가 최근 공개한 리서치에 따르면,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는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스테이블코인 및 랩팅 토큰(Wrapped Tokens)에 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특히 ‘옴니버스 계정(통합 관리 계정)’ 모델을 공식 승인하고, 전통 금융 면허인 AFS(Australian Financial Services) 라이선스 요건을 전면 면제함으로써, 호주는 아시아-태평양의 디지털 금융 규제경쟁에서 선제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결정은 디지털 자산 기업들이 직면했던 규제 부담을 완화하고, 시장 진입 장벽을 현저히 낮추는 효과를 낳는다. 기존에는 수천 개의 개별 지갑 유지로 인해 거대한 보관 및 관리 비용이 발생했지만, 새로운 통합 계정 구조는 이를 통합함으로써 운영 비용 절감은 물론 더 빠른 거래 처리, 낮은 리스크까지 가능하게 만든다. 특히 블록체인 주요 네트워크의 혼잡도를 줄이고, 스테이블코인 결제 유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평가다.
멕시벤처스는 이번 리서치에서 옴니버스 계정 구조에 따르는 구체적인 조건도 강조했다. 사업자는 내부 회계 장부를 상시 유지하고, 온체인 자산과의 정기 대사를 통해 정확성을 입증해야 하며, 필요한 위험관리 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이는 블록체인 기반 투명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실용성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한편, AFS 라이선스 면제 조치도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유통 및 래핑 토큰 제공에 대해 라이선스를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기업들은 복잡한 등록 절차 없이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빠르게 출시할 수 있게 되었다. 핀테크 스타트업뿐 아니라 전통 기업들 또한 스테이블코인을 보다 자유롭게 통합할 수 있어, 시장 전반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규제 완화의 배경에는 글로벌 경쟁 양상도 작용하고 있다. 이미 싱가포르, 홍콩,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기업 유치를 위한 친화적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으며, 호주 또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강력한 수요에 대응한 것이다. 빠르고 저렴한 결제 인프라를 원하는 이민자 커뮤니티, 전자상거래 기업, 글로벌 송금 시장 등이 이러한 완화 정책의 주요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총이 이미 3,000억 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Stripe, Visa, PayPal 등도 관련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점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뒷받침한다.
다만 규제 완화가 곧 무제한적 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멕시벤처스는 리서치 후반부에서 구조적 과제들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AFS 라이선스 요건 폐지는 규제 당국의 사전 감독 권한을 줄이고, 기업의 자율 보고 및 보고 후 검사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실제 감독 부담을 가중시킨다. 호주 ASIC은 이제 훨씬 많은 시장 참여자를 실시간 추적해야 하며, 위법 징후를 사후에 찾아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옴니버스 계정 활성화에 따른 내부사고 가능성 역시 잠재 위험으로 부각된다. 이 구조에서는 블록체인이 아닌 사업자의 내부 장부가 ‘진실의 원천’ 역할을 하며, 자산별 구분이 온체인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회계 오류나 잠재적인 내부 부정이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스테이블코인이 작동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이 해외 기반이라는 점에서 아웃소싱된 기술에 의존함으로써 호주 규제가 직접 통제하지 못하는 위험 구조도 안고 있다.
국제적 규제 차이 또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MiCA는 엄격한 자본금 요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나 미국은 각각 자국 내 기준을 기준으로 라이선스를 정의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호주 기업이 해외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할 경우, 자국 기준과 타국 규정이 충돌할 수 있다. 실제 국제 결제나 렘비턴스(Remittance) 영역에서는 소비자 보호 수준의 편차가 생길 수 있으며, 이는 역차별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
가장 근본적인 위험은 규제 완화가 시장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발행 장벽이 내려감에 따라 기술 기반이 취약하거나 투기성을 띤 자산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규제를 강화하는 역풍을 불러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결국 이번 규제 완화는 블록체인과 전통 금융의 융합을 본격화하고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성장 촉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감독 당국의 역할은 더욱 복잡해졌으며, 책임 분배 구조도 재조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호주는 이 새로운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지에 따라, 디지털 자산 선진국으로 도약할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