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소액결제 시스템을 악용한 무단 결제 사건의 피의자 중 두 명이 구속됐지만, 배후의 총지휘자는 아직 검거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이 국제 범죄조직의 조직적인 범행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면적인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구속된 피의자들은 중국 국적의 40대 남성들로, 불법 소형 기지국을 차량에 설치한 뒤 이동하며 KT의 결제 시스템을 무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 명은 경찰 조사에서 중국에 있는 '윗선'의 지시에 따라 행동했다고 진술했으며, 현장에서 자신은 단순히 시키는 대로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두 사람 모두 통신 전문가가 아닌 단순 노동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이번 범행을 독자적으로 주도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현재 수사에서 지목되고 있는 '윗선'의 실체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경찰은 이 윗선이 사건의 주범일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더 거대한 국제 범죄조직의 중간책일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염두에 두고 있다. 만약 이 범행이 해외 조직이 하부 조직원들을 분업화시켜 지시하는 ‘보이스피싱형 구조의 범죄’와 같다면, 단순한 기술 도용 사건이 아니라 조직범죄로의 성격이 달라지게 된다.
이 같은 범죄 구조는 말단 역할을 맡은 현금 수거책, 대포통장 제공자, 결제 정보 처리자 등이 분업된 형태로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A씨는 불법 기지국 운반을, B씨는 무단 결제를 현금화하는 작업을 맡았다고 진술해 각자의 역할이 분리돼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는 전체 범행이 치밀한 조직적 계획 아래에서 수행된 것일 수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수사가 상선 조직까지 닿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따른다. 주범이 중국 등 해외에 있는 경우, 신원 확인은 물론이고 체포와 송환까지도 장시간이 소요된다. 인터폴을 통한 적색수배나 양국 간 공조 수사를 거쳐도 통상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검거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국내에서도 보이스피싱 수사의 상당수가 ‘몸통’에 도달하지 못한 채 현금 수거책 검거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사건처럼 무단 소액결제가 기술적으로 정교하게 이뤄졌고, 피해 규모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은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건 규모와 범죄 방식이 보이스피싱보다 고도화됐다는 점에서, 범죄 수익의 흐름을 추적해 배후를 드러내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조직범죄가 기술력과 국제성을 결합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사기관은 기술 범죄에 대한 전문성뿐 아니라, 해외 정보기관과의 긴밀한 협업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