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 여파로 구글(GOOGL)이 자사의 크롬 브라우저 매각을 강제로 추진당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오픈AI가 이에 대해 강한 관심을 표명했다. 오픈AI 제품 총괄 닉 털리(Nick Turley)는 법원에 출석해 “기회가 주어진다면 크롬을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공언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구글의 검색 사업 독점 해소라는 법무부 기조와 맞물려 IT업계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발언은 구글이 지난해 연방 법원으로부터 불법 검색 독점 판결을 받은 이후 진행되는 구체적 시정 방안 청문에서 나왔다. 법무부는 구글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크롬 브라우저를 핵심 도구로 삼았다고 주장하며, 이를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을 맡은 아밋 메타(Amit Mehta) 판사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라우저 매각은 시장의 경쟁을 저해하는 구조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논의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브라우저 시장에서 크롬은 약 67%의 점유율과 40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어, 이번 매각 논의는 업계에 일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오픈AI가 지난 2024년 말 구글 출신 크롬 개발자 벤 구저(Ben Goodger)와 대린 피셔(Darin Fisher)를 채용하며 자체 브라우저 개발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들의 크롬 인수 가능성은 단순한 관심을 넘어 실현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단계다.
오픈AI는 이번 청문회에서 크롬 인수를 통해 자사 AI 서비스인 챗GPT를 웹 브라우징 환경 전반에 통합하고, 브라우저 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에이전트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크롬으로부터 파생되는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는 AI 학습에 핵심 연료가 될 수 있어, 인수 시 오픈AI의 기술적 경쟁력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크롬이 매각되더라도 최고가 입찰자에게 낙찰되지 않을 수 있으며, 독립 법인으로 분사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구글은 크롬이 자사의 생태계와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독립 운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지난 수년간 제시해왔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또 다른 법무부 제안인 ‘검색 데이터 공유 의무화’ 조치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털리는 오픈AI가 과거 구글 측에 데이터 공유를 제안했으나 일축당했다고 밝히며, “구글의 API 접근은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열쇠지만, 구글은 자사 우위를 잃을까 봐 이를 거부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만약 검색 데이터를 공유하게 된다면 검색 서비스는 좀 더 공정한 경쟁 환경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의 브라우저 및 검색 지배력 해소를 둘러싼 이번 사법 절차는 단순한 기업 간 전략 경쟁을 넘어 AI 시대 인터넷 체제 개편의 시발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AI와 웹 플랫폼이 통합 경쟁 구도를 형성해가는 현재 구도에서, 크롬 매각과 같은 조치는 향후 인터넷 사용자 경험과 시장구조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