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했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철회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엔비디아(NVDA)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는 이번 달 말 시행을 앞두고 있던 규제를 대상이었던 기업들에게 일시적인 반사이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월가 전문가들은 이번 완화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현재의 수출 규제를 대체할 새로운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으며, 씨티그룹과 도이체방크 등 주요 금융기관들은 이 새로운 규제가 오히려 기존 바이든 정부의 규제보다 더 강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는 "AI 확산(AI Diffusion) 규제의 복잡성이 제거된 건 단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 미국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인 AI 반도체의 해외 확산 통제를 유지하려는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제프리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정부 간 협상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는 관세 협상과 같은 방식으로 AI 반도체 수출 규제를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새로운 규제가 실제 시행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반도체 업계에는 짧은 반사이익의 창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당장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제프리스는 "정책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엔비디아 등 관련 기업들에겐 비제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한편,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진다"고 밝혔다. 한편, 엔비디아는 이번 발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소식은 엔비디아가 지난 1분기 실적에서 55억 달러(약 7조 9,200억 원) 규모의 중국 수출 타격을 예고한 지 불과 수 주 만에 나왔다. 바이든 정부의 ‘AI 확산’ 규제가 예정대로 시행되고 엄격히 집행될 경우, 엔비디아의 이익이 최대 14%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추정도 나온 바 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1% 가까이 상승했지만, 연초 대비로는 약 12% 하락한 상태다. AI 지출 둔화와 수출 규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도이체방크는 향후 시장에 상당한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