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마, IPO 공식 선언…기술기업 상장 부활 신호탄 될까

디자인 협업 플랫폼 피그마(Figma)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S-1 서류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나섰다. 지난 4월 비공개로 상장 서류를 제출한 뒤 약 석 달 만에 구체적인 IPO 계획을 밝힌 것이다. 시장은 피그마의 공개 기업 전환을 주목하며 기술기업 IPO의 분위기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평가하고 있다.

피그마는 2012년 설립된 기업으로, 클라우드 기반 디자인 툴을 중심으로 급속히 성장해온 기업이다. 주요 제품인 '피그마 디자인(Figma Design)'은 자동 레이아웃 기능을 포함해 다양한 화면 크기에 최적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협업 기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팀 브레인스토밍 및 플래닝을 위한 화이트보드 도구 '픽잼(FigJam)', 개발자를 위한 '데브 모드(Dev Mode)', 프레젠테이션 기능인 '피그마 슬라이드(Figma Slides)' 등을 통해 제품군을 넓혀왔다.

이번 IPO는 피그마가 어도비(Adobe)의 인수 시도 무산 이후 차선책으로 추진된 것으로 해석된다. 어도비는 지난 2022년 피그마 인수를 위해 약 200억 달러(약 28조 8,000억 원)를 제시했으나, 영국과 유럽연합 규제 당국의 경쟁 저해 우려로 2023년 말 거래를 최종 철회했다. 어도비는 인수 무산에 따라 피그마에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의 계약 해지금을 지급한 바 있다.

피그마는 이후 2024년 7월 비공개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 가치를 약 125억 달러(약 18조 원)로 인정받은 바 있다. 이번 IPO 준비 과정에서 공개된 실적도 긍정적이다. 올 1분기 매출은 2억 2,820만 달러(약 3,284억 원)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고, 순이익은 4,490만 달러(약 646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 10만 달러 이상 피그마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사는 1,031곳에 달하며, 듀오링고, 넷플릭스, 스트라이프, 서비스나우 등 글로벌 기업들이 주요 고객군이다.

피그마의 이번 상장 시점은 IPO 시장의 분위기와도 맞물린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시장 변동성이 커서 IPO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미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됐다. 이와 함께 올 2분기 중 이루어진 이토로(eToro), 서클(Circle), 차임(Chime) 등의 상장은 모두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피그마는 디자인 툴 분야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으로, 이번 상장을 통해 자금력을 강화하고 제품 및 생태계를 더욱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전망이다. 기술기업 상장의 새로운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