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로보틱스 스타트업 '어그멘터스(Augmentus)'가 최근 1,100만 달러(약 158억 4,000만 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자동화 기술의 상용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번 투자금은 고도화된 무코드(no-code) 로봇 프로그래밍 플랫폼을 통해 제조업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 차세대 자율 로봇 기술 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어그멘터스는 2019년 설립 이후 산업용 로봇 프로그래밍의 복잡성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꾸준히 발전해왔다. 일반적으로 고난이도의 벤더 전용 코드를 사용해야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 회사는 스마트폰을 쓰듯 손쉬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해 작업자 누구나 짧은 시간 안에 로봇 경로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창업자 대릴 림(Daryl Lim), 분 푸 총(Voon Foo Chong), 용 신 리옹(Yong Shin Leong)의 주도로 개발된 플랫폼은 고성능 3D 스캐닝과 AI 경로 계획, 적응형 모션 제어 기술을 토대로 구성된다.
어그멘터스가 겨냥하는 핵심 고객군은 '다품종 소량 생산' 환경에 있는 제조업체다. 전통적인 로봇 시스템은 구조가 단순하고 대량 생산에 적합하지만, 일괄된 제품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부품을 다뤄야 하는 산업에서는 여전히 비효율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반해 어그멘터스의 솔루션은 프로그래밍 없는 코드리스 접근법과 실시간 비전 피드백(vision feedback)을 통해 로봇이 목표물의 미세한 차이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궤적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 고난도의 밸브 분체도장 생산 라인에 도입된 사례에서는 로봇 다운타임을 93% 줄이고, 세팅 소요 시간을 수 주일에서 불과 몇 분으로 단축시켰다.
특히 이들의 기술은 표면 마감, 연마, 용접, 분사 등 복잡도가 높은 작업에 강점을 보이며, 현재 항공우주, 중공업, 에너지 산업 등에서 활용 중이다. 어그멘터스는 현재 자사 소프트웨어가 미국, 유럽,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50개 이상의 생산 현장에 도입돼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우리벤처스(Woori Ventures)가 주도하고, 싱가포르 국부펀드 산하의 EDBI, 실리콘밸리 기반 시에라벤처스(Sierra Ventures), 코쿤 캐피털(Cocoon Capital)이 참여했다. 어그멘터스는 투자 유치를 계기로 기술 고도화와 현장 배포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기존 고객과의 직거래 채널뿐 아니라 글로벌 시스템 통합 파트너(network of integrators)를 통해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대릴 림 최고경영자(CEO)는 "표면 처리, 소재 제거, 정밀 용접 등 자동화가 가장 어려운 과정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혼돈에 가까운 고혼합 생산 환경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하는 '초적응형 자율로봇'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그멘터스는 이번 투자 유치를 기점으로 '로봇 자동화의 민주화'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