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홀딩(ASML) 주가가 하루 만에 11.4% 급락했다.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내년 실적 불확실성을 경고한 데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결정적이었다.
반도체 장비 시장의 핵심 공급사인 ASML은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77억 유로(약 11조 9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75억 2,000만 유로를 넘어선 성과였다. 순이익 역시 22억 9,000만 유로(약 3조 2,900억 원)로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특히 기존 EUV(극자외선) 장비 업그레이드가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회사 측은 분석했다.
다만, ASML은 3분기와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하며 투자자 경계심을 높였다. 3분기 매출은 74억~79억 유로로 제시됐는데, 이는 시장 기대치인 83억 유로에 못 미치는 수치다. 연간 기준으로도 매출 성장률 가이던스를 기존 23.8%에서 15%로 낮췄다. 여기에 더해 크리스토프 푸케(Christophe Fouquet) 최고경영자(CEO)는 2026년 실적 전망에 대해 “AI 고객들은 여전히 견고하지만, 글로벌 경기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성장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ASML은 지난해부터 차세대 EUV 시스템인 'NXE:3800E'를 본격 공급하고 있고, 이 장비는 시간당 최대 220장의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더불어 자사의 고단가 핵심 제품인 하이 NA(High Numerical Aperture) 노광장비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각 장비당 4억 달러(약 5,760억 원) 이상에 달하는 이 시스템은 기존보다 60% 향상된 생산성을 제공해 고객당 납품이 필수적인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는다.
현재 일부 고객사들은 EXE:5000 장비를 도입했고, 이를 토대로 성능이 향상된 EXE:5200 시리즈가 새롭게 출하되기 시작했다. 푸케 CEO는 해당 장비가 시간당 약 175장의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주가 급락은 정체된 성장 전망과 고가 장비에 대한 기대 불확실성이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함께 하이 NA 장비 라인업이 기업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방향성에는 여전히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