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AI 칩이 다시 중국으로 수출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설득한 젠슨 황 CEO의 물밑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는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중국에 수출하던 'H20' 칩의 금지 조치를 철회했다. 약 3개월 전 국방 안보 우려로 중국 판매를 막았던 이 결정을 되돌린 데는 젠슨 황 CEO의 집요한 설득이 결정적이었다.
황 CEO는 지난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H20 칩의 중국 판매 재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산 칩이 세계 표준이 되어야 한다"며 "중국 시장을 현지 경쟁사에게 내주는 건 크나큰 실수"라고 주장했다.
이번 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은 백악관의 AI·암호화폐 정책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색스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AI 칩 수출 규제에 회의적이었던 인물로, 암호화폐와 기술 산업을 두루 이해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출신이다. 색스는 "미국이 기술 수출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막는 대신, 미국 기술이 글로벌 표준이 되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색스는 AI, 그리고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미국의 기술 주도권이 점점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황 CEO와 긴밀히 협의해왔다. 여기에 중국 화웨이가 지난 4월 발표한 AI 칩이 성능 면에서 미국 제품에 근접한 수준이라는 점도 경각심을 높였다고 NYT는 전했다.
황 CEO는 암호화폐 등 첨단 기술에 특화된 미국 칩이 중국 시장을 잃을 경우, 그 틈을 중국 자체 기술이 빠르게 메울 것이라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결국 황 CEO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며칠 후 미국 행정부는 엔비디아 측에 중국 판매 재개를 허용한다고 공식 통보했다.
NYT는 "이 결정은 황 CEO가 단순한 기술 경영인을 넘어 전 세계 기술 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떠올랐다는 신호"라고 평했다. AI뿐 아니라 암호화폐와 분산 기술의 글로벌 확산에 있어, 미국 기술의 경쟁력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순간으로도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