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으로의 AI칩 밀반출을 차단하기 위해, 해외 수출 화물에 비밀리에 위치추적 장치를 설치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인공지능 칩이 자칫 기술 통제 대상 국가로 불법 유통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로이터통신은 8월 13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특정 화물에 위치추적 장치를 은밀히 부착해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추적은 주로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이 주도하며, 국토안보수사국(HSI), 연방수사국(FBI)도 조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련 기관들은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으며, 추적 장치가 실제 어디서 누가 설치하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이 주목하는 제품은 엔비디아와 AMD가 제조한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다. 이들 칩은 델과 슈퍼마이크로가 생산하는 서버에 탑재돼 전 세계로 수출되며, 일부는 최종적으로 중국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핵심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AI 반도체는 군사용 또는 국가 전략산업에 전용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이들의 유통 경로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기술 거래에 관여하는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추적 장치가 서버 외부 포장부터 내부 부품에 이르기까지 겹겹이 설치된 사례를 직접 확인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일부 장치는 스마트폰 크기 수준으로, 존재 자체를 쉽게 간파할 수 있으며, 실제로 몇몇 재판매상은 해당 장치를 사전에 식별하고 이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으로 추적을 회피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중국 측 업자들은 수입 화물을 정기적으로 자체 검사하는 등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
관련 업계와 생산업체들은 명시적으로 추적 장치 설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자사 제품에 어떠한 은밀한 추적 기능도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이미 수년 전부터 항공기 부품 등 전략 물자의 이중 수출을 감시하기 위해 유사한 방식의 추적 장치를 운용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유사한 수출 통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시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중 간 기술 경쟁이 더욱 격화될수록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AI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미국 정부는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 관련 추적·감시 체계를 보다 정교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