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의 올해 2분기 실적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호황에 힘입어 전 분기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 수요 확대가 주요 생산 품목인 실리콘(Si) 웨이퍼 매출 증가로 이어지며, 영업이익 역시 큰 폭으로 반등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실트론의 2025년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5천182억 원, 영업이익은 5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각각 12.2%, 42.1% 증가한 수치다. 반도체 산업의 전반적인 업황이 아직 완전한 회복세에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인공지능 반도체 등 고사양 제품군에서의 웨이퍼 수요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SK실트론은 특히 자사의 주력 품목인 실리콘 웨이퍼 부문에서 탄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실리콘 웨이퍼는 대부분의 반도체 회로가 제작되는 재료로, 스마트폰 등 일반 소비자 전자기기부터 데이터센터, AI 서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대형 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본격 확대하면서 반도체 수요 역시 함께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편, 2019년 미국 듀폰의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부를 약 4억5천만 달러에 인수해 차세대 반도체 소재 시장에 진입했던 SK실트론은 여전히 이 분야에서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올해 1분기보다 적자폭은 눈에 띄게 줄였다. SiC 웨이퍼는 기존 실리콘 웨이퍼보다 높은 전압과 온도를 견딜 수 있어, 전기차용 전력 반도체 및 신재생에너지 저장장치 등에서 활용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소재다.
시장조사업체 욜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SiC 전력반도체 시장은 2023년 기준 27억 달러에서 오는 2029년에는 9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24퍼센트에 달하는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는 만큼, SK실트론 역시 중장기적으로 해당 부문에서 실적 반전을 노리고 있다. 회사 측은 최근 고객사들의 구매 재개 조짐이 나타나며 판매량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으로 실리콘 웨이퍼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SiC 웨이퍼 등 첨단소재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기술이 고연산·고열처리 중심으로 진화하는 만큼, SK실트론의 소재 다각화 전략은 향후 사업 안정성과 수익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