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딥엑스가 중국 최대 기술 기업 바이두의 드론 및 로봇 시스템에 반도체 칩을 공급하게 되면서, 한국산 AI 기술의 글로벌 진출에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바이두는 이 협력을 통해 기존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의존적인 구조에서 탈피해, 보다 전력 효율적인 온디바이스 AI 구현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딥엑스가 공급하는 ‘DX-M1’ 칩은 서버 등 고성능 장비에 탑재되는 제품이 아닌,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실행하는 온디바이스 반도체다. 이런 엣지형 AI 칩은 사용되는 기기 내에서 바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아도 AI 기능을 구현한다. 특히, 이 칩은 딥엑스와 바이두가 공동으로 개발한 문자 인식 솔루션에서 기존의 지포스 RTX 2080 Ti GPU보다 뛰어난 전력 효율과 성능을 입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산 반도체가 GPU 기반 시스템 대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바이두는 딥엑스의 칩이 자사의 AI 프레임워크 ‘패들패들’과 완벽하게 호환된다고 밝혔다. 패들패들은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개발된 오픈소스 딥러닝 플랫폼으로, 자율주행 차량, 스마트 시티, 음성 인식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핵심 기술 생태계다. 현재 수천 개 중국 기업과 기관에서 사용 중인 이 플랫폼에서의 호환성 확보는, 딥엑스 칩의 대규모 산업 적용 가능성을 의미한다.
바이두는 앞으로 자사 파트너사 20여 곳에 딥엑스 칩을 공급할 예정이며, 초기 샘플 공급에 이어 본격적인 양산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단순히 칩 사용에 그치지 않고, 문자 인식 분야에서 드론 등 실제 산업 기기로 확장될 전망이다. 또한, 딥엑스의 차세대 칩 ‘DX-M2’를 활용해 초대형 연산 모델인 ERNIE-4.5-VL-28B-A3B 구동 검증에도 나섰다. 이는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이제는 단순한 경량 모델을 넘어 대규모 연산 시장까지 도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도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의 산업 적용을 확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2026년을 목표로 3천33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딥엑스를 포함한 국내 AI 반도체 기업의 기술 검증과 공공 분야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산 제품의 성능을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을 개발하고, 수요 및 공급 기업 간 협의체도 운영해 상생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협력이 신호탄이 되어 국산 AI 반도체가 글로벌 산업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갖춘 독립적인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 효율성과 현장 적용 가능성이 중시되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향후 더 많은 채택이 이뤄질 수 있다. 이는 한국이 기존 반도체 강국에서 AI 반도체 분야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의미 있는 전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