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에 시달리던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중국 전용 신모델을 선보이며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재공략에 나섰다. 현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SUV(스포츠유틸리티차) 모델 출시로 시장 점유율 회복에 힘을 싣겠다는 전략이다.
테슬라는 2025년 8월 19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신형 SUV ‘모델 Y L’의 출시 계획과 함께 가격을 공개했다. 해당 모델은 기본형보다 차체가 길고 실내 공간이 넓어졌으며, 판매 가격은 33만9천 위안(한화 약 6천550만 원)부터 시작된다. 차량 인도는 이르면 9월부터 개시될 예정이다.
이번에 공개된 모델 Y L은 기존 모델 Y의 인기 요소들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고객들의 수요에 맞춘 것이 특징이다. 전장(자동차 길이)을 늘려 3열 좌석을 갖춘 이 차량은 최대 6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751km로 표시돼 기존 모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를 통해 넉넉한 공간과 높은 효율성을 동시에 원하는 가족 단위 소비자들을 공략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최근 들어 폭발적인 모델 출시와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내 테슬라 경쟁사인 리오토(Li Auto)의 L8 모델이나 화웨이-아이토(AITO)가 만든 M8 모델처럼 대형차 선호 트렌드에 맞춰 'L' 모델 출시가 잇따르고 있으며, 이는 가족용 차량을 선호하고 대형 차량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부여하는 중국 문화적 요인과도 맞물려 있다. 테슬라 역시 이런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라인업 변화를 꾀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신모델 공개가 중국 내 점유율 회복을 위한 적극적 시도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2024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판매량 감소세를 겪고 있으며, 중국 시장에서도 지난 7월 출하량이 전년 동월 대비 12% 줄었다. 이에 더해 자율주행 기능 출시 지연 등 기술적 우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신차 발표를 통해 소비자 관심을 다시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이달 초 최대 주행거리 830km에 이르는 고성능 모델 3도 중국 내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테슬라가 제품 다양화를 통해 경쟁력이 약화되는 주력 시장에서 반전을 꾀하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샤오미 같은 IT기업까지 전기차 시장에 진입해 ‘SU7’ 세단을 선보이는 등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테슬라는 기존의 단일 전략에서 벗어나 지역 맞춤형 모델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대응 폭을 넓혀가고 있다.
앞으로 테슬라의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는 소비자 반응과 후속 서비스, 가격 정책 등에 달려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은 경쟁 속에서는 모델 Y L이 시장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더라도, 기술 개발과 라인업 확대를 지속하지 않으면 경쟁 우위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