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루미나 테크놀로지스가 결국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갔다. 15일(현지시간) 루미나는 미국 연방파산법 제11장에 따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라이다(LiDAR) 센서 기술에서 업계 선두주자였던 이 기업은 부채 압박과 느린 기술 상용화 속도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왔다.
루미나는 파산 원인으로 구체적으로 ‘과거 부채 상환 의무’와 ‘불안정한 시장 환경’을 지목하며, 이번 절차가 청산이 아닌 가치 극대화를 위한 전략적 재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결정은 핵심 고객이었던 볼보가 계약을 파기한 직후 단행돼, 추가 악재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에 설립된 루미나는 자율주행 차량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 센서와 인식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왔다. 자율주행 외에도 로보틱스와 공간 인식이 중요한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수익화 속도가 더뎌지면서 투자자와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회사는 이번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자회사인 루미나 반도체(Luminar Semiconductor Inc., LSI)를 인수합병 전문기업 퀀텀 컴퓨팅(Quantum Computing Inc., QCi)에 현금 1억 1,000만 달러(약 1584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다만 이 거래는 법원의 매각 절차(Sec. 363)에서 시행되는 공개 입찰을 거쳐야 하므로 QCi의 인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 QCi는 스토킹호스 입찰자로서 최저가 기준점 역할만 하고 있는 상태다.
QCi는 해당 계약이 마무리되면 LSI가 보유한 핵심 부품과 특허권은 물론, 고급 인력까지 자사로 흡수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양사는 양자컴퓨팅-광센서 융복합 기술의 상용화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루미나의 폴 리치 최고경영자(CEO)는 “LSI는 장기적으로 매우 유망한 사업체”라며 “QCi와의 결합은 기술·엔지니어링 능력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유력한 자율주행 기술기업으로 주목받았던 루미나가 파산이라는 고비를 맞으면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와 신생 기술기업 간 계약 리스크가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AI와 센서 기술이 융합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한발 먼저 뛰어든 주요 기업들 역시 유사한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생존 전략에 대한 재정비가 불가피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