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시장이 AI 확산과 맞물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와 엔비디아(NVDA)가 AI 기반 데이터 플랫폼을 겨냥해 협력 관계를 확대하며, 기업용 스토리지 기술의 방향성을 재정의하고 있다.
이번 협업은 HPE가 자사의 스토리지 플랫폼에 실시간 데이터 인텔리전스 기능을 통합하고, 이를 엔비디아의 AI 생태계와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HPE의 AI 및 클라우드 데이터 인프라 제품 관리 이사인 에드 보봐(Ed Beauvais)는 "스토리지가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고 읽어들이는 기능을 넘어, 저장 과정에서 그 가치를 실시간으로 추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가 저장되는 시점에 알맞은 컨텍스트를 부여해 비즈니스 통찰력 도출로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전략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양사는 이번 파트너십의 주요 성과로 ‘HPE 알레트라 스토리지 MP X10000’의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발표했다. 이 솔루션은 엔비디아의 AI 데이터 플랫폼과 직접 연동되도록 설계돼, 기업 내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데 있어 속도와 정밀도를 높여준다. 특히 원격 다이렉트 메모리 액세스(RDMA)를 통해 GPU·시스템 메모리 간의 고속 전송이 가능해지며, 기존보다 훨씬 빠른 데이터 인터페이스가 가능해졌다.
보봐 이사는 "AI를 위한 성능 극대화가 핵심이지만, 단순히 성능만이 아니라 고객이 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형 데이터를 일종의 프라이머리 스토리지로 간주하고, 이를 AI 기반 질의 응답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와의 공조는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스토리지의 근본적인 개념을 바꾸는 실험으로 비춰진다. HPE 측은 이번 협력이 AI 데이터 흐름의 병목을 제거하고, 전례 없는 데이터 처리 성능을 구현함으로써 기업 디지털 인프라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산업 전반에서 AI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데이터 활용의 효율성과 확장성은 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HPE와 엔비디아의 협력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업용 스토리지 또한 단순한 저장 장비가 아닌, AI 생태계의 실시간 참여 주체로 변모하고 있음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