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벨테크놀로지, AI 기대 속 성장했지만…3분기 가이던스 실망에 주가 11% 급락

마벨테크놀로지(MRVL)가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지만, 이어진 3분기 매출 가이던스가 낮게 제시되며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11% 넘게 하락했다. 이번 실적 발표는 탄탄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AI 칩 시장에서의 주요 불확실성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회사는 2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67센트로 시장 전망과 일치했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20억 1,000만 달러(약 2조 8,900억 원)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1억 9,480만 달러(약 2,8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억 7,790만 달러(약 2,560억 원)에서 소폭 늘었다. 마벨의 매트 머피(Matt Murphy) 최고경영자(CEO)는 "AI 수요 확대로 맞춤형 실리콘과 전자광학 부문이 실적 견인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기업 네트워크와 통신 인프라 시장의 회복세도 본격화되고 있어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시장의 관심은 3분기 전망에 쏠렸다. 마벨은 이날 3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중간값 기준 20억 6,000만 달러(약 2조 9,600억 원)로 제시했는데, 이는 월가 예상치인 21억 1,000만 달러(약 3조 400억 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이선 펠러는 “전년 대비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음에도 3분기 가이던스 미달이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며 “AI 반도체 분야는 현재 시장에서 가장 정밀히 주시되는 영역으로, 마벨의 실행력 부족이 주가에 바로 반영된 사례”라고 분석했다.

회사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자동차 이더넷 사업부 매각을 공식화하며, 연구개발과 자사주 매입에 보다 많은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머피 CEO는 "데이터센터 중심의 전략 전환이 핵심"이라며 “이번 매각은 AI 역량에 집중하기 위한 조직 재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데이터센터 사업은 마벨 전체 매출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회사는 이번 분기부터 데이터센터 외 사업부를 통합해 하나의 시장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맞춤형 실리콘(custom silicon) 사업의 성장이 정체될 것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머피 CEO는 단기 부진은 일시적이며, 4분기부터는 성장세가 다시 뚜렷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벨은 현재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트레이니움(Trainium)’ 칩 생산 등에 참여하고 있으며,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MSFT)와도 협업 중일 가능성이 크다. 펠러는 "현재 마벨의 설계팀은 10여 개 고객사와 50건 이상의 AI 관련 신규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으며, 이는 회사가 AI 전용 실리콘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강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주가는 하락세지만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여전히 기회 요인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마벨은 미래 예상 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27배로 거래 중이며, 이는 동종 업계 내 AI 반도체 제조사들과 비교해 할인된 수준이라는 점에서 중장기 투자 매력은 살아 있다는 게 펠러의 진단이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매출 가이던스 하향이 불안 요소지만, 장기적 성장성은 유효하다”며 “마벨이 AI 실리콘 전략을 순조롭게 실행해 나간다면 향후 1년에서 1년 반 내에 시장이 기업 가치를 다시 조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