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대표 기업인 엔비디아 주가가 2분기 실적 발표 다음 날 뉴욕 증시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투자자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성장 둔화 조짐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8월 28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한때 2% 넘게 떨어졌다가 낙폭을 줄이며 낮 12시 1분 기준 전일 대비 1.7% 하락한 178.52달러에 거래됐다. 이번 하락은 전날 실적 공개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3% 이상 급락한 데 이은 것으로, 주가 반응은 다소 진정된 모습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등 다른 주요 기술 대기업들이 이날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더 집중됐다.
엔비디아는 지난 2분기(5∼7월)에 매출 467억4천만 달러, 주당 순이익 1.0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각각 월가 예상치인 460억6천만 달러, 1.01달러를 소폭 상회한 수치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순이익은 59% 증가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다시 썼다. 실적 발표 직후 뉴욕타임스는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덜어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그러나 긍정적인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한 배경에는 성장 둔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핵심 사업인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2분기 연속 시장 기대치를 밑돈 데다, 전체 매출 증가율 역시 최근 2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에 그쳤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분기 실적은 엔비디아가 AI 투자 호황이 정점에 다다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앞으로의 성장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엔비디아 주가 하락은 경쟁 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시간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 주가는 0.5% 하락한 반면, 브로드컴과 AMD는 각각 2.56%, 0.31% 상승하며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반도체 대형주 전반으로 보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0.44% 상승해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는 크게 위축되지 않은 모습이다.
이번 주가 반락은 엔비디아 실적 자체보다는 향후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 수준이 높았음을 보여준다. AI 반도체 시장이 여전히 성장 중이긴 하지만, 최근의 급격한 상승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에는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으로도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과 전망은 기술 시장 전반의 향방을 가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