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인공지능 기술 시대에 맞는 인재상을 새롭게 규정하며, ‘AI 네이티브’ 조직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특히 이번 발표는 회사 설립 이후 처음 진행하는 공개 채용과 맞물려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일 정보통신기술업계에 따르면, 정규돈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자사 테크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개발자의 역할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정 CTO는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경쟁이 사실상 국가 간 총력전 양상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민간 기업은 모델 자체 개발보다 이를 서비스에 접목하고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CTO는 특히 인공지능을 단순한 기능이 아닌, 일종의 운영체제(OS)처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어떤 AI 모델을 개발할 것인가’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카카오가 추진하는 ‘AI 오케스트레이션’ 전략과도 맥을 같이한다. 회사 차원에서 직접 모델을 만들기보다는, 다양한 모델을 조율하고 서비스 중심으로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방향성이다.
인재 선발 기준 역시 달라졌다. 정 CTO는 초급 개발자가 AI 도구 사용에 익숙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는 시대라고 진단하면서, 코드 작성만 잘하는 인재보다 AI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며 기술 역량과 협업 능력을 겸비한 인재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기존의 코딩 테스트 중심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실무에서 A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준비된 주니어 개발자를 찾겠다는 얘기다.
아울러 카카오는 자체적으로 AI 기반 개발 효율성 실험도 진행했다. ‘바이브 코딩’이라는 개념이 그 사례인데, 이는 개발자가 AI와 대화하듯 협업하면서 기획과 개발을 함께 진행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한 명의 개발자가 AI와 협업해 일주일 만에 앱 시제품을 완성한 사례도 있었다. 정 CTO는 이 실험을 통해 평균 50%, 많게는 두 배에 달하는 개발 생산성 향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채와 비전 발표는 최근 오픈AI의 챗GPT가 카카오톡 채팅 서비스에 연동될 예정이라는 보도와도 맞물린다. 오는 9월 23일부터 열리는 카카오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카카오’에서는 이를 포함한 다양한 AI 기술 적용 사례가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이미 자체 모델과 외부 LLM을 혼합해 사용하는 ‘카나나’ 서비스 등을 통해 AI 전환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인력 채용을 넘어, 향후 카카오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어떤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일지에 대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이는 AI 기술의 전면적 도입을 앞둔 국내 정보통신 업계 전반에 인재 육성과 기술 전략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