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가 고속철도 차량(KTX)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태기반 유지보수(CBM)’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국내 철도 운영의 안전성과 정비 효율성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철도 차량 유지보수는 기존에는 일정 주기에 따라 정비가 이뤄졌지만, 이번에 도입되는 CBM 시스템은 각 부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고장을 예측해 필요한 시점에 맞춤형 정비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정비를 줄이고 실제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사전 대응할 수 있어, 유지보수의 효율성과 열차 안전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이번 기술은 새로 도입되는 고속열차(EMU-260)에 우선 적용된다. EMU-260은 고속형 동력분산식 전동차로, 주변압기나 차축 베어링처럼 주요 장치 15종에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부착된다. 이 센서들은 공기압, 온도, 진동 등 다양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해 차량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4대가 시범 운행 중이며, 2026년 3월까지 10대를 추가 운행할 계획이다.
이번 시스템은 수도권 전철 1호선과 수인분당선을 포함한 일부 전동열차와 일반열차에는 이미 적용돼 운영 중이었다. 이번 KTX 도입으로 한국철도공사는 모든 열차군에 CBM 체계를 구축하게 되며, 이는 철도 안전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개선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이번 시스템이 적용된 고속차량은 정비 효율성 외에도 운행 중단 최소화까지 노릴 수 있어 운영 여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코레일은 KTX의 핵심 부품인 전자제어기판(PCB)도 자체 설계하는 수준까지 기술력을 확보하며 완전한 기술 자립에 근접했다. 과거에는 프랑스 국영철도에 의존한 바 있지만, 현재는 자체 연구 인력을 통해 관련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으며, 향후 KTX 정비기지인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 전용 데이터 분석실 ‘디지털 랩’도 조성할 방침이다.
이 같은 흐름은 철도의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과도 맞물리고 있다. 코레일이 축적한 KTX 유지보수 경험에 AI 기술을 융합함으로써, 고속철도 운영의 글로벌 기술 경쟁력 향상은 물론, 철도 안전 수준 또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