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 출신 학생들이 창업한 기술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에 잇따라 입성하면서, 국내 기술창업 생태계에서 대학 기반의 창업 지원 모델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 바이오, 센서, 항공우주 같은 첨단 분야에서 이들의 성과는 기술 상용화 가능성과 산업적 파급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인공지능 기반 뇌 질환 진단 솔루션을 개발한 뉴로핏이다. 이 기업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석·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GIST 학생들이 2016년 창업해 10년 만인 2025년 7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뉴로핏은 뇌 영상 분석을 통해 각종 질환의 진단과 치료 방향을 제시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협력도 활발하다. 창업 초기부터 학교의 기술이전 및 투자 유치 지원을 받은 점이 기업 성장의 기반이 됐다.
자율주행차용 핵심 부품인 고정밀 라이다 센서를 개발한 에스오에스랩도 GIST에서 배출된 성공적 창업 사례 중 하나다. 2016년 박사과정 학생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이 기업은 소형화·정밀도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내놓으며, 스마트시티 구축과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에 기여하고 있다. 2024년에는 미국 IT기업 엔비디아의 공식 파트너로 선정되며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고, 지난해 6월 코스닥 상장을 마쳤다.
비행선 기반의 고고도 통신 플랫폼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이카루스도 주목할 만하다. 2024년 GIST 기계로봇공학과를 졸업한 이종원 대표가 설립한 이카루스는 성층권에 장기간 체류 가능한 무인 비행선을 띄워 글로벌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위성에 비해 훨씬 낮은 비용으로 빠르고 안정적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해양 감시, 드론 활용 등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이 기대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들의 배경에는 GIST가 지속적으로 운영해온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학생들이 연구단계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사업화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정과, 기술이전·투자연계 등이 체계적으로 제공된다. 창업 초기에는 학교 내 보육센터를 통해 공간과 인프라 지원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국내 대학들이 기술 기반 창업을 어떻게 촉진할 수 있을지에 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대학 내 연구성과가 실제 산업 기술로 연결되고, 이를 토대로 상장 기업으로까지 성장한 사례가 계속 이어진다면, 산학협력 모델의 선순환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IST는 앞으로도 세계 시장을 겨냥한 창업기업 육성을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