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에 힘입어 데이터센터 산업이 기술 전환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인텔(INTC)이 여섯 번째 파운드리 도전에 나서며 반도체 패권 재도전에 나섰다.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른 'AI 팩토리'를 두고 글로벌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인텔의 진로가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인텔은 그간 다섯 차례에 걸쳐 자체 파운드리 사업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를 겪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여섯 번째 시도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 데이터센터 부문 수장을 지낸 다이앤 브라이언트(Diane Bryant)는 업계 행사에서 "TSMC가 전 세계 실리콘 생산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40%를 놓고 벌어지는 경쟁은 시장 독립성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텔이 이마저 놓치게 되면, 시장은 대안 없이 TSMC에 의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파운드리 전략에는 엔비디아(NVDA)와 미국 정부의 지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엔비디아가 인텔과의 새로운 칩 파트너십에 약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를 투자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인텔이 경쟁에서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실질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여기에 투자자 출신으로 반도체 산업에 해박한 립부 탄(Lip-Bu Tan)의 경영 전면 등장은 인텔에 강력한 추진력을 더하고 있다. 브라이언트는 "회사를 기술자가 아닌 진짜 사업가가 이끄는 지금, 인텔이 필요한 리더십을 확보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AI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 규모 역시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브라이언트는 올해에만 약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예상되며, 2030년까지는 그 규모가 1조 달러(약 1,440조 원)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러한 투자 열기는 1990년대 통신붐 당시의 과잉투자와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동시에 제기됐다.
무엇보다도 기업 고객의 AI 채택 속도가 이 같은 투자 수요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브라이언트는 "전통적인 엔터프라이즈 IT는 매우 느리게 움직이며 AI 도입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업무 방식 그 자체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저항이 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기업이 AI의 수혜를 먼저 체감하는 방식은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통한 간접 접속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인텔은 이번 여섯 번째 도전이 단순히 한 기업의 변신을 넘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균형과 AI 시대의 산업지도에 깊은 영향을 끼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AI 팩토리' 구축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인텔의 행보는 향후 몇 년간 글로벌 기술 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