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설계업체 퀄컴이 이탈리아의 오픈소스 하드웨어 기업 아두이노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차세대 로봇 및 사물인터넷(IoT)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번 인수를 통해 퀄컴은 향후 미래 기술 생태계 확장에 중요한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현지시간 10월 7일, 퀄컴은 아두이노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인 인수 가격이나 거래 조건은 비공개로 유지됐다. 퀄컴은 이번 인수 이후에도 아두이노를 독립 자회사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 아두이노의 오픈소스 기반 개발자 커뮤니티를 유지하면서도, 퀄컴 기술을 접목하는 융합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두이노는 저렴하면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회로 기판과 소프트웨어로 세계적인 입지를 다진 기업이다. 전 세계 수많은 학생, 스타트업, 취미 개발자들은 물론 전문 엔지니어들도 로봇이나 전자기기 시제품을 만들 때 아두이노 제품을 애용하고 있다. 약 3만 3천 명 이상의 개발자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실제 구현물로 바꾸는 데 필수적인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퀄컴의 전략은 분명하다. 학생 시절부터 아두이노를 통해 제품을 설계하고 실험한 개발자들이 상용 제품 단계에서도 자연스럽게 퀄컴 제품을 선택하도록 기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퀄컴은 앞으로 아두이노와 협업해 자사 프로세서를 탑재한 기판도 출시할 계획이다. 실제로 곧 나올 첫 제품에는 퀄컴의 ‘드래곤윙 QRB2210’이라는 프로세서가 적용된다.
그동안 퀄컴은 스마트폰 칩 시장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등 굵직한 고객사를 거느려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커넥티드카, 무선 오디오, 산업용 장비, IoT 등 비스마트폰 부문으로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번 아두이노 인수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로봇 및 사물인터넷 분야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초급 개발자에서 상용기기 제조사에 이르기까지, 퀄컴 생태계를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퀄컴은 반도체 칩 이상의 기술 제공자로서, 미래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