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프레임 컴퓨팅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IBM의 오랜 주력 제품인 System Z는 반세기 이상 생존을 넘어서 진화를 거듭해오며, 오늘날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생성형 인공지능(AI), 강화된 규제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글로벌 기업 인프라의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최신 모델인 IBM z17은 AI와 보안 기능을 칩 수준에서 끌어올려, 대규모 트랜잭션 처리와 실시간 분석까지 아우르는 차세대 메인프레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IBM에 따르면, 전 세계 IT 리더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5%는 메인프레임이 클라우드보다 총소유비용 측면에서 경쟁우위에 있다고 응답했다. 단순히 전통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보안, 복원력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z17은 특히 핵심 애플리케이션이 몰려 있는 금융, 보건, 정부 등 규제가 엄격한 영역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AI 추론 수요가 급증하는 환경에서도 실시간 대응 능력을 뽐낸다.
AI 중심 구조로의 전환도 눈에 띈다. IBM은 z17의 핵심 칩인 텔럼 II(Tellum II)에 AI 가속 엔진을 내장하고, 이를 통해 각 프로세서 코어가 동시에 8개의 AI 추론을 실행할 수 있는 구조를 완성했다. 여기에 트랜잭션 기반 AI 연산을 위한 스파이어(Spyre) 가속기와의 조합으로, 이전 세대 대비 비약적인 응답속도 향상을 이뤄냈다. 기업은 각종 탐지·판단 작업을 밀리초 단위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IBM의 와슨엑스(watsonx) 플랫폼 통합도 빼놓을 수 없다. z17에 내장된 이 플랫폼은 멀티모달 AI 수행과 추론 자동화를 지원하며, 고도로 민감한 업무 환경에서 실시간 인텔리전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AI가 칩에서부터 애플리케이션 계층까지 통합되어 움직인다는 점에서, IBM은 이를 ‘AI를 내장한 완전한 플랫폼 전략’으로 설명하고 있다.
고속화된 보안 위협, 특히 양자컴퓨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도 포함됐다. IBM z17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최신 양자내성암호(QSC)를 지원해, 미래 양자 기반 공격에 대비한 데이터 보호를 가속화하고 있다. IBM 관계자는 이 상황을 ‘Y2K처럼 언제 터질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다가오는 순간’이라며, 가능한 빠른 마이그레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및 개발자 접근성 강화를 위한 UI·DevOps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IBM은 아우토메이션과 오픈소스 툴, 예컨대 안서블(Ansible)과 테라폼(Terraform), Git 및 VS Code와 같은 도구를 통해 메인프레임 환경에 새로운 세대의 개발자들이 쉽게 접근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복잡한 메인프레임 애플리케이션 구조를 시각화해주는 AI 기반 기능도 실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레거시 시스템을 유지하는 접근이 아니라, 메인프레임의 설계 철학을 기반으로 차세대 AI 인프라로 확장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IBM 분석에 따르면, 전체 금융 거래의 70% 이상이 System Z를 거치는 만큼, 이 플랫폼의 분명한 입지는 여전히 막강하다. 전문가들은 System Z가 기존 금융·공공 시장을 넘어, AI 중심의 트랜잭션과 고속 인지 컴퓨팅 기반 산업 전반으로 그 활용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IBM이 이러한 기반 위에서 에이전틱 AI, 추론 기반 시스템, 의미망 연산 등의 차세대 트렌드를 수용하면서도 타사 GPU 중심 AI 인프라와는 차별화된 접근을 취하고 있다는 점은 기업들에게 분명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기존 클라우드 중심 전략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에게는 보안성, 추론 속도, 데이터 통제력 측면에서 IBM z17이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IBM z17은 단순한 컴퓨팅 플랫폼이 아닌 디지털 기업의 의사결정 지능계로 변모하고 있다. 여기에 IBM이 최근 선보인 마젠타(Magenta) 브랜드의 AI 전략 또한 더해지며, z17은 특히 산업 전반의 ‘AI 준비도’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구성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메인프레임의 부활이 아니라, 진화의 중핵으로 돌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