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슈어테크 분야는 전반적인 벤처 투자 위축 속에서도 인공지능(AI)을 동력 삼아 주목할 만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보험 시장은 전통적으로 워낙 보수적인 성격 탓에 벤처캐피털(VC)들로부터 주목을 덜 받아온 분야지만, AI 기반 자동화 기술이 속속 도입되면서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5년 들어 현재까지 보험 관련 글로벌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 금액은 약 39억 달러(약 5조 6,000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2021년 정점 대비 4분의 1 수준까지 감소한 수치다. 딜 수도 줄면서 투자 위축이 어느 정도 현실화됐지만, 일부 기업들은 대형 거래에 성공하면서 생존 전략을 선명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 상당수는 AI 기술을 전면에 내세워 보험 심사, 클레임 자동화, 리스크 평가 최적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사이버 리스크 분석 플랫폼을 개발한 사이버큐브(CyberCube)다. 이 회사는 지난 10월, 스펙트럼 에쿼티가 주도한 투자 라운드에서 1억 8,000만 달러(약 2,600억 원)를 조달했다. 사이버큐브는 초기 설립 단계부터 대규모 언어모델과 자체 AI 툴셋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리스크를 정량화하는 기술을 강점으로 삼아왔다고 밝혔다.

그에 이어 오스틴에 본사를 둔 보험 스타트업 큐레이티브(Curative)는 최근 1억 5,000만 달러(약 2,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12억 7,500만 달러(약 1조 8,300억 원)로 평가받았다. 이 회사는 고용주 기반 건강보험 상품을 제공하며 AI와 인간 상담이 결합된 사용자 경험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앵글헬스(Angle Health)는 AI 기반 헬스케어 베네핏 서비스를 표방하며 1억 3,400만 달러(약 1,900억 원)를 조달했고, 보스턴 기반의 오픈리(Openly) 역시 올해 1억 2,300만 달러(약 1,770억 원)를 유치했다. 오픈리는 주택·자동차·생명보험 등 전 분야에 AI 기반의 견적 자동화 기능을 내세워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초기 단계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생명보험 담보대출 플랫폼 인클라인드 테크놀로지스(Inclined Technologies)는 800만 달러(약 115억 원)를 시리즈 B 라운드에서 유치했고, 반복 업무를 AI로 자동화하는 아발론 랩스(Avallon Labs)는 460만 달러(약 66억 원)를 확보했다. 퍼더AI(FurtherAI)는 안드리센 호로위츠의 주도로 2,500만 달러(약 360억 원)를, 리버레이트 이노베이션즈(Liberate Innovations)는 배터리 벤처스로부터 5,000만 달러(약 720억 원)를 끌어냈다.

전문가들은 인슈어테크 투자 규모 자체는 줄었지만, 그 양상은 보다 '인프라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과거 소비자 직접판매(D2C) 모델 중심이던 스타트업보다, 보험 운용 효율을 높이는 백오피스 혁신 기업에 시장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이라는 생활 인프라가 AI 도입으로 단순하고 저렴하게 바뀐다면, 이는 VC 입장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성장 기회로 비쳐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