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AI 데이터센터 전력난 해법을 논의하는 사이, 미국 우주 인프라 스타트업 오비탈이 ‘저궤도 AI 데이터센터’ 구상으로 자금을 유치했다. 지상 전력망 부담을 피하고 태양광을 24시간 활용하겠다는 구상으로, 일론 머스크보다 한발 앞서 궤도 기반 AI 인프라 실증에 나선다는 점이 주목된다.
오비탈은 14일(현지시간) 안드리센호로위츠의 초기 투자 프로그램 ‘a16z 스피드런’이 주도한 비공개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마쳤다고 밝혔다. 확보한 자금은 첫 시험 임무인 ‘오비탈-1’ 추진에 투입된다. 회사는 이 임무를 통해 우주 기반 AI 데이터센터의 개념을 실제로 검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력난 커지는 AI 산업, 해법으로 ‘우주’ 제시
최근 AI 산업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전력 수요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수천 개의 GPU와 고성능 반도체가 들어가는 AI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대거 소모하면서, 미국에서는 전력 수급 압박이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FT), 아마존($AMZN) 등 대형 기술기업들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이 가계 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겠다고 약속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들은 신규 에너지원 확대에도 협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오비탈은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오비탈의 해법은 지상 전력망이 아닌 ‘저궤도’다. 회사는 지구 상공 약 1200마일 저궤도에 데이터센터 위성을 띄워 태양광 에너지를 상시 확보하고, 지구의 낮과 밤 주기에 구애받지 않는 ‘태양동기궤도’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 24시간 확보, 냉각은 우주 진공 활용
오비탈이 제시한 핵심 논리는 단순하다. AI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부담인 전력과 냉각 문제를 우주 환경 자체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우주에서는 태양광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고, 칩에서 발생하는 열은 진공 상태를 활용한 복사 냉각 방식으로 외부에 방출할 수 있다. 지상 데이터센터처럼 대규모 냉각 설비와 전력 인프라에 묶이지 않는 구조다.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유윈 푼(Euwyn Poon)은 “AI 산업의 진전은 이미 전력 문제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궤도에서는 태양광이 연속적이고 냉각 방식도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오비탈은 AI의 잠재력에 맞춰 확장할 수 있는 컴퓨팅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론 머스크보다 앞선 실증 시도… 목표는 AI 추론 처리
일론 머스크가 최근에야 궤도 데이터센터 구상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것과 달리, 오비탈은 이미 관련 청사진을 마련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독립형 노드로 구성된 위성 군집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대규모 GPU 클러스터 기반의 AI 추론 작업을 분산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각 위성에는 엔비디아 기반 서버 클러스터가 탑재된다. 이들 위성은 분산형 병렬처리 인프라처럼 작동하며, 우주 공간에서 AI 추론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오비탈이 학습이 아닌 추론에 집중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추론은 개별 요청 단위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지상과 우주 간 통신 지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이다. 푼은 고도 500~600킬로미터 기준 왕복 지연시간이 20~40밀리초 수준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덴버를 잇는 광섬유 연결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링크 역시 이미 50밀리초 미만 지연시간을 상업적으로 입증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2027년 4월 첫 발사 목표… 방사선·비트 오류 검증이 관건
오비탈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전용 연구개발 시설 ‘팩토리-1’도 열고 첫 특수 컴퓨트 위성 제작에 들어간다. 일정은 빠듯하다. 회사는 2027년 4월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통해 첫 위성을 발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 시점에서 약 12개월 남짓한 일정이다.
첫 시험 비행인 오비탈-1의 핵심 목적은 고방사선 환경에서 GPU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상용 AI 추론 업무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데 있다. 성공하면 본격적인 위성 군집 확장으로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기술적 난관도 적지 않다. 우주는 극심한 온도 변화와 우주 방사선이 존재하는 환경이다. 특히 방사선으로 인한 ‘비트 플립’ 현상은 정교한 GPU 회로에 오류를 일으킬 수 있어 대표적인 위험 요소로 꼽힌다. 오비탈은 방사선 내성 강화 설계를 적용했고, 이번 임무에서 실제 환경 데이터를 확보해 기술 유효성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푼은 “우리의 목표 작업은 상태를 저장하지 않는 추론이기 때문에, 수정된 오류가 AI 학습처럼 반복 누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리보다 교체”… 비용과 환경성 논쟁도 남아
오비탈은 우주 데이터센터의 대표적 비판인 유지보수 문제에 대해서도 ‘수리하지 않는 설계’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발사 전 지상에서 GPU와 시스템을 충분히 검증한 뒤, 궤도에 오른 위성은 정비가 아니라 교체를 전제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회사에 따르면 각 위성은 수명이 끝나면 통제된 방식으로 궤도를 이탈해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완전히 소각되도록 설계된다. 오비탈은 이를 지상 데이터센터의 대규모 전자폐기물과 비교하며 더 친환경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이 많다는 시각이 나온다. 방사선 차폐, 안정적 통신, 지연시간 관리, 위성 제조 비용, 발사 경제성까지 모두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점도 아직은 초기 단계 프로젝트임을 보여준다.
안드리센호로위츠의 앤드루 첸(Andrew Chen)은 “문제가 어려울수록 더 좋다”며 “오비탈은 AI의 가장 큰 제약을 대담하고 급진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비탈의 구상이 실제로 작동한다면 AI 데이터센터의 성장은 더 이상 지상 전력망 제약에만 묶이지 않을 수 있다. 아직은 실험 단계지만, ‘AI 데이터센터’를 하늘 위로 옮기겠다는 발상 자체가 전력난 시대 AI 인프라 경쟁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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