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기반 다중암 조기검사 ‘갤러리(Galleri)’가 4기 암 진단을 유의미하게 줄이고 조기 암 발견을 확대했다는 임상 결과가 공개되며 ‘암 조기진단’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그레일(GRAIL, GRAL)은 2026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NHS-갤러리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며 갤러리 검사가 표준 검진과 병행될 경우 전이성 4기 암 발생을 최대 26%까지 낮추고 초기 암 발견률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이번 NHS-갤러리 임상은 50~77세 성인 14만2250명을 대상으로 3년간 진행된 무작위 대조시험으로, ‘다중암 조기검사(MCED)’ 기술의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한 최초 사례다. 연구는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와 공동으로 수행됐으며 유방암, 대장암 등 기존 검진에 갤러리 혈액검사를 추가했을 때의 효과를 집중 분석했다.
핵심 결과는 4기 암 감소다. 첫 검사에서는 9% 감소에 그쳤지만 2차와 3차 반복 검사에서는 각각 22%, 26% 줄어드는 추세가 확인됐다. 전체적으로는 14% 감소 효과가 나타났으며 이는 통계적으로도 의미 있는 수준이다. 특히 식도암과 대장암에서는 4기 진단이 각각 57.1%, 34.4% 감소해 진행성 암 억제 효과가 뚜렷했다.
반면 3기와 4기를 합친 주요 평가지표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레일 측은 “기존 4기 암 일부가 3기로 앞당겨 발견되면서 전체 수치에 영향을 줬다”며 “검진 확대 과정에서 숨어 있던 3기 암이 대거 발견된 것도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즉 ‘암 조기진단’이 진행되면서 늦게 발견될 암이 더 이른 단계에서 포착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실제 갤러리 검사는 전체 암 발견 건수를 크게 늘렸다. 표준 검진 대비 암 검출률은 4배 증가했고, 응급 상황에서 뒤늦게 발견된 암은 25% 감소했다. 또한 1~2기 초기 암 진단은 16% 증가해 치료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조기에 선별하는 데 기여했다. 로스앤젤레스 내과 전문의 에릭 수 박사는 “치료 중심 임상과 달리 검진은 전체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4기 감소와 검출 증가라는 두 가지 결과는 매우 설득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검사 정확도도 주목된다. 갤러리는 양성예측도(PPV) 52%, 특이도 99.55%를 기록해 위양성 비율을 0.45%로 낮췄고 암 발생 위치를 예측하는 정확도는 92.5%에 달했다. 총 180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937명이 실제 암 진단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조기 발견’이 생존율 격차를 크게 벌린다는 점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영국 기준 식도암의 5년 생존율은 3기 24.7%, 4기 6.2%로 큰 차이를 보이며 대장암 역시 64.2% 대 11.0%로 격차가 뚜렷하다. 런던대학병원 찰스 스완튼 교수는 “4기에서 3기, 혹은 그 이전 단계로 진단 시점을 앞당기는 것 자체가 임상적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그레일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갤러리가 ‘암 조기진단’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단일 암 중심 검진으로는 미국에서 약 14%, 영국에서 6% 수준의 암만 발견하는 데 그치지만 갤러리는 그 4배 수준까지 탐지 범위를 넓혔기 때문이다. 조쉬 오프먼 CEO는 “갤러리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 수개월에서 수년 앞서 암을 발견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치료 가능성을 높이고 사망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아 안전성도 확인됐다. 그레일은 향후 추가 추적 분석을 통해 장기 생존율 개선 효과까지 검증하고, 연구 결과를 학술지에 제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