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가 자국 인공지능 산업을 키우기 위해 5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기술성장펀드를 만들기로 하면서, 미국 대형 기술기업에 비해 열세인 자본 조달 여건을 국가가 직접 보완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4일(현지시간) ‘모두를 위한 AI’ 국가 전략을 발표하고, 캐나다 인공지능 기업의 성장을 지원할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규모는 5억 캐나다달러로, 우리 돈 약 5천500억원 수준이다. 이번 발표는 인공지능이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떠오른 상황에서, 기술 개발 역량은 있어도 대형 투자 유치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자국 기업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추진되는 기술성장펀드는 캐나다 인공지능 기업과 미국 빅테크, 즉 거대 기술기업 사이의 자본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연구 성과나 기술력만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고, 대규모 컴퓨팅 자원과 인재 확보, 사업 확장 자금이 함께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펀드는 단순한 보조금 성격을 넘어, 캐나다 연방정부가 유망 기업의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도 맡을 예정이다. 정부가 직접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에 투자해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카니 총리는 이 전략을 통해 2031년까지 2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는 인공지능을 단순한 신산업이 아니라 고용과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 개발뿐 아니라 제조업, 금융, 의료, 물류 같은 기존 산업의 효율을 높이는 범용 기술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성장률 목표와 직접 연결해 설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국가 전략에는 산업 육성만 담긴 것이 아니다. 정부는 인공지능의 위험과 부작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시민들이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이며, 컴퓨팅·데이터·인재·인프라 기반을 함께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가 행사에서 “AI는 이미 와 있다”며 그 혜택이 소수에만 돌아갈지, 아니면 모든 캐나다 국민의 삶을 개선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 확산 속도가 빨라질수록 규범과 안전장치, 교육 체계까지 함께 갖춰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주요국의 인공지능 산업 정책 경쟁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 빅테크 중심으로 자본과 인재가 집중되는 구조에 대응해, 각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와 인프라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캐나다의 이번 전략이 실제로 민간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는 유망 기업 발굴, 투자 집행의 효율성, 그리고 기술 보호와 산업 성장의 균형을 얼마나 잘 맞추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