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12일 공모가 기준 1조7천700억달러의 기업가치로 증시에 데뷔했지만, 시장에서는 이 회사의 몸값과 미래 사업 구상이 실제 실적과 비교해 지나치게 앞서 있다는 신중론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기업공개는 상장과 동시에 세계 10위권 상장사 반열에 오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다만 높은 기대를 떠받치는 근거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뉴욕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월가 일각에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의 장밋빛 청사진이 과거에도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머스크는 2022년 트위터를 인수할 당시 2028년까지 매출과 이용자 기반을 약 5배 키우겠다고 했지만, 현재 엑스의 사업은 오히려 위축됐다. 지난해 광고 매출은 65% 줄었고, 엑스는 지난해 3월 머스크가 2023년 세운 인공지능 기업 xAI에 330억달러에 인수된 뒤, 올해 초 다시 스페이스X에 합병됐다.
재무지표만 놓고 봐도 현재 평가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스페이스X는 올해 1분기 인공지능 등 신사업 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43억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같은 시기 기업가치가 비슷한 메타플랫폼이 268억달러의 순이익을 거둔 것과는 대조적이다. 매출도 스페이스X는 47억달러에 그쳐 메타의 563억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2001년 엔론의 붕괴를 예견한 것으로 알려진 투자자 짐 차노스는 이번 상황을 두고 “장막 뒤의 마술사를 보지 말라고 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시장이 실적보다 서사와 기대에 더 높은 값을 매기고 있다는 뜻이다.
회사가 제시한 성장 청사진도 논쟁거리다. 스페이스X는 총잠재시장, 즉 미래 사업이 모두 현실화됐을 때 노릴 수 있는 전체 매출 기회를 28조5천억달러로 제시했다. 여기에는 우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달 공장 같은 구상이 포함돼 있다. 머스크는 이를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장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수치는 중국의 국내총생산보다 8조달러 이상 큰 수준이다. 리서치 업체 모닝스타는 최근 보고서에서 스페이스X의 적정 기업가치를 7천800억달러 안팎으로 추산했다. 모닝스타의 니콜라스 오웬스 연구원은 차세대 로켓 스타십의 안정적 재활용과 우주 데이터센터의 경제성 입증 가능성을 각각 7% 수준으로 봤다. 결국 상장 시점의 높은 평가는 아직 실현 여부가 불확실한 사업 계획을 미리 가격에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업 방향이 자주 바뀌고 있다는 점도 투자 판단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스페이스X는 지난 2월 xAI를 합병하며 자체 첨단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구글과 앤트로픽 같은 경쟁사에 인공지능 연산 인프라를 제공하는 사업에도 나섰다. 반도체와 서버 자원을 빌려주는 이른바 네오클라우드 사업은 비교적 매출을 만들기 쉬운 영역이지만, 일반적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인정받는 사업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차노스는 xAI가 스페이스X 가치평가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도 회사가 갑자기 네오클라우드 카드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존 주주인 게르버 가와사키의 로스 게르버 최고경영자도 이번 전망치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내세우는 초기 스타트업을 떠올리게 한다며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비싼 값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머스크가 과거 테슬라를 통해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바꾼 성과를 낸 만큼, 시장이 스페이스X에도 프리미엄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스타십 개발 진척, 우주 데이터센터의 현실성, 인공지능 사업 모델의 수익성 같은 구체적 성과가 확인되는 과정에서 정당성을 시험받을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