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확산으로 기업의 데이터 관리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각 애플리케이션이 데이터를 따로 쥐고 있는 기존 ‘사일로’ 구조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이제는 애플리케이션보다 ‘데이터 자체’를 핵심 자산으로 보는 ‘데이터 프라이머시’가 새 화두로 떠올랐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열린 ‘퓨어 액셀러레이트 2026(Pure Accelerate 2026)’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과거 퓨어스토리지로 알려졌던 에버퓨어(Everpure Inc.)는 이번 행사에서 자사의 무게중심이 단순 플래시 스토리지를 넘어 ‘지능형 데이터 관리’로 이동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더큐브리서치의 사이버 복원력·데이터 관리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 크리스토프 베르트랑(Christophe Bertrand)은 이번 행사의 핵심 메시지를 ‘데이터 프라이머시’로 요약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AI를 대규모로 제대로 활용하려면 데이터는 ‘보편적’이어야 하고, 맥락을 담아야 하며, 규제를 준수하는 형태로 통제돼야 한다.
베르트랑은 “이제 더 이상 스토리지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의 문제”라며 “최고경영자 기조연설에서도 데이터가 모든 것의 중심이라는 점이 분명하게 강조됐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데이터 역학이 나타났고, 이를 에버퓨어는 ‘데이터 프라이머시’라고 부른다”며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애플리케이션 중심 구조의 균열
에버퓨어의 전략 전환은 탄탄한 실적을 배경으로 제시됐다. 찰리 지안카를로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 매출 10억달러, 연간 반복매출 20억4000만달러를 공개했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각각 약 1조5300억원, 약 3조1212억원 수준이다. 순추천지수(NPS)는 84점이었고, 고객 수는 1만5000곳에 육박했다.
다만 시장의 관심은 숫자보다 방향성에 쏠렸다. 베르트랑은 기업 데이터가 복잡하게 흩어진 근본 원인으로 ‘애플리케이션 중심 구조’를 지목했다. 각 소프트웨어 업체가 데이터를 자사 시스템 안으로 끌어가면서, 기업 전체가 공통의 의미를 가진 데이터를 파악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AI 시대에는 25개 다른 시스템을 일일이 뒤져 고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할 수 없다”며 “기업은 실제 데이터에 대한 ‘단일한 진실’을 원하고, 이를 비즈니스와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AI 성과를 높이려면 데이터가 한곳에서 연결되고 해석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데이터 프라이머시 구현하는 3단 구조
에버퓨어는 이를 위해 3개 계층 구조를 제시했다. 첫째는 플래시어레이(FlashArray) 개선을 포함한 ‘통합 데이터 플레인’이다. 둘째는 자동화와 데이터 이동성을 담당하는 ‘지능형 제어 플레인’이다. 셋째는 인수한 원터치(1touch) 기술을 기반으로 데이터 탐색, 맥락 부여, 거버넌스를 제공하는 ‘유니버설 데이터 인텔리전스 계층’이다.
핵심은 저장 용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 안팎에 흩어진 데이터를 AI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데 있다. 데이터가 불완전하거나 품질이 낮고, 규정 준수 여부가 불분명하다면 AI 모델은 잘못된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AI 경쟁력은 모델 성능만이 아니라, 어떤 데이터를 얼마나 일관되게 확보하고 통제하느냐에 달렸다는 얘기다.
베르트랑도 “AI 프로젝트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필요한 데이터에 충분히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제 대화의 중심은 단순한 데이터 저장이 아니라 ‘데이터 프라이머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경쟁의 승부처는 ‘데이터의 의미’
이번 발표는 기업 IT 시장의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에는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하느냐가 중요했다면, AI 시대에는 그 위에 쌓인 데이터를 얼마나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에버퓨어의 행보는 스토리지 업체가 데이터 인프라 기업으로 재정의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AI 도입을 서두르는 기업 입장에서는 데이터 프라이머시가 단순한 기술 구호가 아니라, 실제 성과와 규제 대응을 좌우하는 운영 원칙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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