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금융당국이 양자컴퓨팅 시대에 대한 ‘준비 부족’을 공식 경고했다. 금융 보안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전반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홍콩 은행권 ‘양자 준비도’ 2.3점…초기 단계 머물러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28일(현지시간) 은행권의 양자 시대 대응 수준을 평가한 백서를 발표하고, ‘양자 준비도 지수(Quantum Preparedness Index)’가 10점 만점에 2.3점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올해 초 은행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결과는 제8회 FiNETech 컨퍼런스에서 공개됐다. 점수 수준은 금융기관들이 양자컴퓨팅의 ‘위험을 인식하기 시작한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
조사에 따르면 약 68%의 은행은 관련 위험을 일부 인지하거나 계획·파일럿 단계에 진입했지만, 나머지는 대응을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절반가량은 ‘포스트 양자 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 전환 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았고, 실제 기술 검증이나 테스트를 진행한 곳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결국 홍콩 은행권은 아직 기반을 다지는 수준이며, 실질적인 대응 역량 구축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 수집해, 나중에 해독”…금융·크립토 모두 위협
양자컴퓨팅이 중요한 이유는 기존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장기적 보안 위협’이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프로젝트 리프(Project Leap)’는 특히 ‘지금 수집하고 나중에 해독(Harvest Now, Decrypt Later)’ 공격을 즉각적인 위협으로 지목했다. 이는 해커가 현재 암호화된 금융 데이터를 미리 확보해두고, 향후 양자컴퓨터가 발전하면 이를 해독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리스크는 은행뿐 아니라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같은 블록체인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당장은 안전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 시스템 전반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은행 암호를 실제로 무력화할 수준의 대형 양자컴퓨터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만, 현실화 시점은 이르면 2029년으로 추정된다.
2030년 ‘완전 대비’ 목표…글로벌 경쟁도 가속
HKMA는 2030년까지 양자 준비도 지수 ‘10점’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홍콩과학기술대 경영대학과 협력해 포스트 양자 암호 툴킷을 개발하고, 은행 대상 교육과 워크숍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차원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두 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양자컴퓨터 개발과 보안 전환을 동시에 추진했다. 하나는 2028년까지 과학 연구가 가능한 수준의 양자컴퓨터 구축을 목표로 하고, 다른 하나는 2030~2031년까지 연방 정부의 포스트 양자 암호 전환을 지시하는 내용이다.
양자컴퓨팅은 아직 ‘미래 기술’에 가깝지만, 금융과 크립토 보안 측면에서는 이미 현재 진행형 리스크로 평가된다. 준비 속도에 따라 향후 시장 신뢰도 격차가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