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서 브릭스(BRICS) 회원국 간 무역과 자국 통화 결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운송 차질과 연료 가격 상승도 이어졌다.
CNBC는 11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이란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 제재를 비판했다고 전했다. 뉴델리 현지시간 11일은 한국시간 12일에 해당한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브릭스가 특정 국가의 금융 수단이나 기술 독점으로 다른 국가의 합법적 교역이 방해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회원국 간 거래에서 자국 통화 사용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란에 대한 압박이 경제 제재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으로 넘어가는 “위험한 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이란 전쟁의 영향이 국경을 넘어 지역과 세계의 안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도 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식량과 에너지 안보를 경제 안보의 두 축으로 규정했다. 에너지 매장량을 보유한 이란이 전략적 파트너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전쟁 여파는 에너지 시장에도 나타났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와 가스 운송 차질이 심해지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과 연료 가격이 상승했다.
미국 원유 선물 가격은 10일 배럴당 100달러(약 13만4500원)를 넘어섰다. 미국 디젤 가격은 11일 갤런당 6달러(약 8070원)를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에서 생산된 원유와 가스를 운송하는 주요 수로다. 이란 전쟁이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을 흔들면서 연료 공급 차질이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러시아도 서방 제재가 자국 경제를 겨냥한 압박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부과된 제재가 3만건을 넘으며, 세계 다른 국가에 부과된 제재를 모두 합친 규모의 두 배”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산업 쇠퇴와 재정 적자에 직면한 국가들이 러시아와 이란에 제재를 부과해 경쟁력을 지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제재가 경제적 경쟁을 둘러싼 압박 수단이라는 러시아 측 인식을 드러낸 발언이다.
그는 브릭스 국가들이 지난 5년간 세계 추가 국내총생산(GDP)의 40% 이상을 만들어냈고, 주요 7개국(G7)의 비중은 29%였다고 주장했다. 브릭스를 세계 성장을 위한 “탄력적이고 실행 가능한 플랫폼”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관광과 무역, 글로벌 사우스의 민간 부문 투자에서 유망한 사업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발언에서 구체적인 사업 목록이나 실행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다.
브릭스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을 중심으로 확대된 신흥국 협력체다. 회원국들은 서방 중심의 금융·무역 질서에 대한 대안을 논의해 왔지만, 통화와 금융 체계 및 외교·경제적 이해관계는 서로 다르다.
자국 통화 결제 확대는 달러를 거치지 않고 회원국 통화를 활용해 무역대금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란과 러시아는 서방 금융망과 제재의 영향을 줄이는 수단으로 이를 강조했지만, 이날 발언만으로 공동 결제체계가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란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운송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양국 정상은 에너지 안보와 제재 대응을 브릭스 협력의 핵심 의제로 제시했다. 러시아 원유 수출과 제재의 관계도 본지의 관련 보도에서 다뤄진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