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장에 새로운 전환점이 도래하고 있다. 기존 기업 중심의 고비용 개발 구조에서 벗어나, 독립 개발자와 소규모 스타트업들이 주도하는 AI-네이티브(AI-native)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코드보다 아이디어, 인프라보다 프롬프트가 우위에 서는 이 변화의 중심에는 AI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끄는 기업들이 있다. 뉴 네이티브(New Native)와 랩랩닷에이아이(lablab.ai)의 공동 창립자 파벨 체크(Pawel Czech)는 이런 흐름이 기업 기술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열린 ‘AI 팩토리 - 미래의 데이터센터’ 행사에서 실리콘앵글(SiliconANGLE)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에는 소프트웨어 하나 개발하기 위해 수십억 원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한 사람, 많아야 여섯 명 팀이 며칠 만에 제품을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기술 민주화 현상이 본격화되며, 거대 기업의 자본력은 더 이상 절대적인 경쟁 우위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현재의 AI 기술은 단순한 개발 도구를 넘어 소프트웨어를 실시간으로 생성할 수 있는 '이벤트 기반(event to software)'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정 상황이나 요구가 발생하면 즉시 코드를 생성하고, 필요가 사라지면 소프트웨어는 중단되거나 비활성 상태로 남는 방식이다. 이는 애플리케이션 계층과 모델 계층을 분리하고, 어떤 AI 모델이든 환경에 맞춰 최적화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AI 유연성의 극단적인 형태다.
AI 기반 소프트웨어가 기존 시스템 대비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그는, "가장 중요한 전략은 특정 모델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 요구에 따라 자동으로 최적의 모델을 선택하는 시스템에 주목한다며, 오픈AI(OpenAI)의 최근 모델 선택 자동화 사례를 언급했다. GPT-5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세부 모델이 존재하며, 시스템은 가장 비용 효율적인 모델을 자체적으로 선택해 실행된다는 설명이다.
뉴 네이티브는 랩랩닷에이아이를 통해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 에이전트 시스템 개발 해커톤을 조직하고 있다. 일레븐랩스(ElevenLabs), 미스트랄(Mistral AI), 솔라나랩스(Solana Labs) 등과 협력해 단 5일 만에 AI 기반 상용 시스템 100개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AI 중심 엔터프라이즈 기술 시장에서 생산 속도와 유연성이 어떻게 경쟁력을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도전이다.
크게 보면 이 흐름은 프로그래밍 언어의 진화라는 맥락에서도 해석된다. 체크는 "과거에는 복잡한 코드 지식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영어 수준의 프롬프트만으로 복잡한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어 인터페이스는 개발 진입 장벽을 낮추고, 누구나 빠르게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해 위계 구조를 평탄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AI 생태계가 엣지 컴퓨팅과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공존시키는 혼합 구조로 갈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더라도, 최종적인 결과물에서의 ‘취향’은 인간의 역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술이 아무리 평등해도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좋은 결과물은 여전히 섬세한 감각과 안목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AI가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 진입 장벽은 낮아졌지만 진정한 경쟁력은 여전히 창의성과 개별적인 감각에서 나온다. 체크의 메시지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 그 자체가 아닌, 그 기술을 활용해 어떤 경험과 가치를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개발자가 중심이 되는 AI 산업의 다음 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