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가 최신 기능인 '스터디 모드(Study Mode)'를 공개하며 교육 시장 공략에 본격 착수했다. 이 기능은 학생이 질문을 입력했을 때 바로 정답을 제공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소크라테스식 문답법(Socratic method)'을 적용해 학습자 스스로 사고하며 개념을 익힐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인공지능(AI)을 정답 기계가 아닌 인내심 많은 튜터처럼 작동하게 해 교육 효과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이번 업데이트는 OpenAI가 교육 기술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려는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AI 기반 교육 시장은 2030년까지 약 805억 달러(약 115조 9,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OpenAI는 이 거대한 기회를 잡기 위해 학습자 맞춤형 피드백, 단계별 설명, 난이도 조절 기능 등을 갖춘 스터디 모드를 통해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OpenAI 교육 부문 부사장 리아 벨스키(Leah Belsky)는 “초기 연구 결과, ChatGPT가 단순히 정답을 알려주는 용도로 사용될 경우 오히려 학습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스터디 모드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에 맞춰 가르치고, 질문을 던지며 사고를 계층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OpenAI 제품 매니저 아비 무차(Abhi Muchha)의 시연에 따르면, 사용자가 "게임 이론을 가르쳐줘"라고 요청하면 일반 모드에서는 교과서식 설명이 제공되지만, 스터디 모드에서는 "당신의 현재 수준은 어떠한가요?", "어떤 목적을 최적화하고자 하나요?"라는 질문이 먼저 돌아온다. 이와 같은 질문 기반 설계는 학습자의 참여도를 높이고, 주도적인 학습 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 OpenAI의 판단이다.
초기 테스트에 참여한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프린스턴 대학 컴퓨터공학 전공 생 매기 왕(Maggie Wang)은 “기존 강의나 오피스아워를 통해 이해하지 못했던 개념을 스터디 모드를 통해 완전히 정복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어떤 주제든 배우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와튼스쿨의 경제학 전공생 프라자 티쿠(Praja Tickoo) 역시 “스터디 모드는 단순한 도구가 아닌 학습 파트너처럼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구글(GOOGL)과 앤트로픽(Anthropic) 등 경쟁사들도 교육 영역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앤트로픽은 자사 AI인 '클로드(Claude)'에 유사한 ‘러닝 모드(Learning Mode)’ 기능을 추가했고, 구글은 ‘지도를 받는 학습(Guided Learning)’ 기능을 테스트 중이며, 학생 전용 플랜으로 제미나이(Gemini) AI의 프리미엄 이용권을 무상 제공하기도 했다. 교육용 AI 시장이 기술의 사회적 효용을 증명할 수 있는 대표 무대로 부상하면서 기업 간 경쟁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스터디 모드는 OpenAI가 사용하는 언어 모델 자체를 새롭게 훈련시킨 것이 아니라, 외부 지침(custom system instruction)을 통해 일부 대화 흐름만 조정한 기능이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했지만, 사용자 간 대화 일관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향후에는 사용자의 진도 추적, 목표 설정, 시각화 강화 등 추가 기능도 고려 중이다.
해당 기능은 ChatGPT의 무료, 플러스, 프로, 팀 요금제 사용자들에게 즉시 제공되며, 교육 기관 전용으로 계획 중인 'ChatGPT Edu'에는 수 주 내로 적용된다. 아직은 학교 차원에서 스터디 모드를 강제 적용할 수 있는 관리자 옵션은 제공되지 않지만, 이에 대한 수요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GPT-5의 출시와 맞물려 의미 있는 함의를 갖는다. 최근 GPT-5에 대한 소문은 이 모델이 추론 능력과 멀티모달 처리 기능을 통합하게 된다는 점에서, 교육 기술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OpenAI가 개발한 새로운 ChatGPT 에이전트는 ‘로봇이 아닙니다’ 보안 기능을 우회하는 영상까지 공유돼 AI의 능력 확장에 대해 교육계가 느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OpenAI는 이번 스터디 모드 출시를 단기 기능 추가가 아닌 ‘지속적인 교육 혁신의 출발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재 스탠퍼드 대학의 SCALE 프로그램과 협력해 장기 연구를 진행 중이며, AI 모델 설계와 인간의 인지 발달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도 향후 공개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AI가 ‘정답을 얼마나 정확히 제공할 수 있는지’를 넘어서 ‘학생이 얼마나 더 나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지’가 진정한 성과 지표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교육 혁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기술력이 아니라, 학습자의 잠재력을 얼마나 잘 이끌어낼 수 있는가이다. 이 점에서 스터디 모드는 AI의 사회적 책임과 시장 경쟁력을 크로스오버시키는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