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중동 시장 진출에 나섰다. 이는 급성장 중인 현지 AI 인프라 수요를 겨냥한 전략으로, 리벨리온은 이 지역에서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리벨리온은 이번 법인 설립을 통해 사우디 정부 및 기업들과의 협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이번 진출은 단순 판매가 아닌 현지 통신사 및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의 협력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까지 다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ICT와 AI 기술을 핵심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리벨리온의 중동 진출은 지난해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벤처투자 자회사인 와에드 벤처스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면서 구체화됐다. 당시 리벨리온은 아람코와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이후 아람코 데이터센터에 반도체 서버 장비(랙 단위 제품)를 공급하면서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대규모 공급 확대와 장기적 파트너십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사우디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중동 전역에서는 ‘소버린 AI’ 구축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소버린 AI는 자국 내 AI 인프라와 기술 독립을 뜻하는 개념으로, 외부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데이터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글로벌 AI 기업들 역시 참여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디의 경우 2030년까지 국가 주도의 데이터센터 인프라 정책을 공식화했으며, 오픈AI와 오라클, 아부다비의 G42 등도 이 지역 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리벨리온은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발맞춰 사우디에서 의미 있는 실적을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박성현 대표는 이번 법인 설립이 단기 진출이 아닌 지역 내 핵심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본격적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리벨리온의 제품이 중동 지역에서 핵심 AI 인프라 자산으로 자리잡고, 기업 자체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해 나가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비슷한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의 중동 진출에도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