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급증에 힘입어 영업이익과 현금흐름 모두에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단기간 내 8천억원 이상의 차입금을 상환하며 재무 건전성을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SK하이닉스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회사의 총 차입금은 21조8천4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의 25조2천279억원에 비해 3조3천869억원 줄어든 수치다. 작년에 이미 차입금을 7조원 가까이 감축한 데 이어, 올해도 빠른 속도로 부채 비율을 낮추면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이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단연 HBM을 중심으로 한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폭증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총매출 39조8천711억원, 영업이익 16조6천53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갈아치웠다. 특히 HBM은 전체 D램 매출에서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금성 자산 역시 1년 전보다 7조원 이상 증가해 16조9천623억원에 달했고, 이는 회사가 영업활동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기반으로 재무 개선에 주력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의 미국 시장 실적도 눈에 띄게 확대됐다. 미국 판매법인 ‘SK하이닉스 아메리카’의 상반기 매출은 24조7천493억원, 순이익은 1천4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매출 대비 미국 비중은 70퍼센트에 육박해, AI 반도체 수요가 높은 엔비디아, 구글, 메타, AMD 등 미국 IT 기업들과의 거래가 호실적을 견인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주로 모바일용 메모리를 판매하는 중국 시장 매출은 전년보다 약 1조원 감소한 7조3천650억원에 그치며 대조를 이뤘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3조456억원으로, 벌써 지난해 전체 연구개발비의 60퍼센트를 넘긴 수준이다. 같은 기간 시설투자비 역시 전년 대비 거의 두 배인 11조2천490억원을 집행하며, HBM 증설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회사 측은 “HBM 등 수익성이 높은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투자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수요 확대를 발판 삼아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을 동시에 개선하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까지 병행하고 있다. HBM을 선도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미국 중심의 수요 확대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메모리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이 같은 흐름은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공급 재편과 수익구조 변화를 재촉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