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안개나 불투명한 유리처럼 빛을 흩트리는 환경에서도 원래의 장면을 선명하게 재현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영상 복원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8월 31일, 바이오·뇌공학과 장무석 교수와 김재철AI대학원 예종철 교수 공동 연구팀이 ‘비디오 디퓨전 기반 영상 복원’ 기술을 새롭게 선보였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공간뿐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하는 복잡한 산란(빛이 주변 물질에 의해 불규칙하게 퍼지는 현상) 환경에서도 원 영상을 정확히 복원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산란 매질은 햇빛처럼 직진하는 빛이 연기, 안개, 불투명 유리, 피부 조직 등을 만나면서 경로가 뒤섞이는 상태를 말한다. 이로 인해 카메라나 눈으로는 실제 이미지가 왜곡돼 보이기 마련인데, 연구팀은 여기에 AI 기술을 결합해 이를 해결했다. 특히 안개 낀 도로나 김 서린 창문처럼 일상 속 흐릿한 시야를 선명하게 되돌릴 수 있는 실용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기술의 차별점은 영상의 시간적 흐름을 분석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 있다. 기존 이미지 복원 기술은 특정한 장면이나 고정된 조건에선 성능을 발휘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란 환경이 계속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시간에 따른 프레임 간 상관관계를 학습한 ‘디퓨전 모델’을 활용함으로써, 흐르는 커튼 뒤에서 풍경을 본다거나 연기가 움직이는 화재 현장 속에서도 영상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기술의 활용 가능성은 매우 넓다. 대표적으로 의료 영상 분야에서 피부나 혈관 아래를 들여다보는 비침습적 진단에 쓸 수 있고, 소방 분야에서는 연기로 가득한 공간에서 인명 구조를 지원할 수 있다. 자동차 자율주행 시스템에도 응용돼 악천후 상황에서 운전자의 시야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IEEE TPAMI’ 8월 13일자에 게재됐다. 이 같은 기술이 상용화되면, 영상 처리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산업 전반에서 보다 정밀하고 안전한 시각 정보를 제공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