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안트로픽(Anthropic)이 130억 달러(약 18조 7,000억 원)의 자금을 추가로 유치하며 기업 가치가 1,830억 달러(약 263조 원)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이번 시리즈 F 투자 라운드는 아이코닉,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라이트스피드 등 주요 투자사 주도로 이뤄졌으며, 그 외에도 12개 이상의 기관 투자자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업 가치 급등은 안트로픽의 매출 증가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다. 회사 측은 올해 초 기준 약 10억 달러였던 연매출이 현재는 5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올해 2월 출시한 개발자용 코드 생성 AI '클로드 코드(Claude Code)'가 5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실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클로드 코드는 안트로픽의 대표 모델인 '클로드 오퍼스 4.1(Claude Opus 4.1)'을 기반으로 한다. 이 모델은 최근 코드 작성 능력을 평가하는 'SWE-벤치 Verified' 벤치마크에서 74.5%의 점수를 기록하며 업계 최고 성능을 입증했다. 경쟁사 제품인 제미니 2.5 프로와 오픈AI의 GPT 기반 모델 o3는 각각 67.2%와 69.1%에 그쳤다.
사용량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안트로픽은 설정된 사용 제한에도 불구하고 클로드 코드의 월간 사용량이 석 달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재 ‘클로드 맥스’ 요금제를 사용하는 기업 고객은 최고 성능 모델 오퍼스를 월 24~40시간까지 활용할 수 있고, 그 외 중간급 모델은 더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안트로픽의 고객사 수는 30만 개를 넘어섰으며, 연간 최소 10만 달러 이상 클로드에 지출하는 기업 수는 전년 대비 7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의 성장세에 대해 크리슈나 라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체 고객층에서 폭발적인 수요 증가가 관측되고 있다”며, “이번 투자는 우리의 재무적 성과와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깊은 신뢰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확보한 자금은 주로 글로벌 사업 확장과 AI 안전성 연구 강화에 투입될 예정이다. 안트로픽은 구체적인 해외 진출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경쟁사 오픈AI가 국가별 맞춤형 전략을 구사하듯, 현지화된 클로드 모델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AI 안전성 연구 역시 안트로픽의 전략 핵심이다. 회사는 올해 3월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대형언어모델의 내부 작동 방식과 수학 문제 풀이 구조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를 통해 LLM의 신뢰도를 높이고, 도메인 간 지식 일반화 능력을 향상시켜 더욱 정교한 추론 작업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기업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GPU 확보에도 자금을 투입할 방침이다. 엔비디아(NVDA)가 최근 출시한 블랙웰 울트라 GPU는 기존 대비 50% 빠른 추론 성능을 제공하며, 안트로픽의 처리 역량 확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투자 유치와 기업가치 상승이 단순한 기술력 과시가 아니라, LLM 기반 AI의 상용성 확대 가능성과 고객 수익화 역량이 뒷받침된 결과라고 평가한다. 안트로픽은 이제 오픈AI와의 양강 구도에서 의미 있는 존재감을 보이며, 생성형 AI 시장의 흐름을 더욱 주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